설악산 흔들바위까지 왕복 2시간… ‘악’ 소리없는 가벼운 산행 어때요

신흥사 통일대불 등 볼거리 풍성
내원암 갈림길부터 편안한 숲길 조성
계조암 앞 흔들바위서 인증샷 ‘찰칵’
등산 어렵다면 케이블카로 이동 가능
켄싱턴호텔 객실, ‘설악산 뷰’ 한눈에

[속초=정희원 기자] 최근 여행지에도 ‘복고 트렌드’가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여행객들이 2020년부터 ‘힙한 국내여행지’ 찾기에 나서고 있다.

 

클래식한 ‘국민 여행지’로 꼽히는 설악산국립공원도 그 중 하나로 떠올랐다. MZ세대에게 설악산은 분명 수학여행·가족여행으로 한번쯤 가봤지만, 등산 취미가 없다면 ‘추억 속의 여행지’로 남아 있는 관광지다.

 

이런 기억을 더듬어 설악산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산린이(등산을 갓 즐기는 사람들을 이르는 신조어)’가 증가한 것도 한몫한 듯하다.

설악산 국립공원 초입부. 사진=정희원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켄싱턴호텔 설악 관계자는 “분명 우리 호텔은 등산복 차림의 중년 등산객이나 가족 단위 고객이 가장 많았는데, 최근 레깅스와 짐벌을 챙긴 젊은층이 부쩍 늘어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 역시 중학생 이후 설악산을 찾은 기억이 없어, 지난 주 10여년만에 휴일을 맞아 속초로 떠났다.

 

오랜만에 찾은 설악산 국립공원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존재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곳의 비경을 보러 찾아온 관광객들과 자동차들도 엄청나다. 아침 7시에는 미리 와야 막히지 않고 주차가 가능하다.

흔들바위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 사진=국립공원 블로그

탐방의 시작인 소공원 입구에서는 반달곰 석상이 반갑게 맞는다. 바위산의 모습이 마치 병풍처럼 웅장하고, ‘내가 바로 설악산이다’라는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다. 해발 1708m 높이의 위엄이 느껴진다.

 

함께 찾은 일행은 “높은 산매를 보니 딱 봐도 깊은 게 느껴진다”며 감탄한다. 내내 비가 내리다 모처럼 파란 하늘을 만났다. 초록빛 산, 회갈빛 바위가 어우러지는 게 한 폭의 그림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실제로 패셔너블한 젊은 탐방객들이 많이 보인다.

흔들바위는 장정 5명이 밀어야 겨우 까딱하는 정도다. 사진=정희원 기자

 ◆추억의 흔들바위까지 2시간 남짓… 짧아도 볼거리 ‘풍성’

 

이번에는 설악산을 살짝만 둘러보기로 했다. 목표는 흔들바위. 만우절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떨어뜨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랜드마크다. 흔들바위는 한 사람이 흔드나 여러 사람이 흔드나 똑같이 흔들려 설악산 팔기(八奇)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는 장정 5명이 밀어야 조금 ‘까딱’ 거리는 수준이다.

 

흔들바위까지는 소공원에서 왕복 2시간 남짓 걸린다. 등산이 버거운 사람에게는 이조차 꽤 운동이 된다.

신흥사 통일불상. 사진=정희원 기자

흔들바위까지 가는 길목까지 볼거리도 많다. 걸은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설악산 초입부터 거대한 ‘신흥사 통일대불’에 다다른다. 이 불상은 높이 14.6m, 좌대 높이 4.3m, 좌대 지름 13m, 광배 높이 17.5m 규모를 자랑한다.  불상 뒤에는 내법원당이 있어 참배하는 탐방객이 많다.

흔들바위 등산 시 ‘내원암 갈림길’부터는 편안한 숲길로 변한다. 사진=정희원 기자

초반까지는 걷기 좋은 포장도로가 이어지고, ‘내원암 갈림길’부터는 편안한 숲길로 변한다. 하지만 도착하기 20~30분 전부터는 본격적인 등산로로 변해 산에 온 것을 실감케 한다. 경사가 높은 계단도 다수 있다.

계조암 입구. 사진=정희원 기자

흔들바위는 ‘계조암’ 앞에 자리잡고 있다. 계조암은 신라 652년(진덕여왕 6)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의 신비를 품은 동굴암자다. 예로부터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은 곳이다. 암자 앞에는 앞에는 약수가 있어 올라오느라 지친 탐방객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설악산 등산에 나서는 탐방객. 사진=정희원 기자

약수를 들이키고 ‘포토존’ 흔들바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흔들바위 뒤로 울산바위가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울산바위까지는 약 1㎞거리로 50분이면 올라간다지만, 급경사 계단길이 이어져 등산복 차림이 아니라면 위험할 수 있다. 3시 넘어 흔들바위까지 목표달성을 하고 내려오니 어느새 저녁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설악케이블카. 사진=국립공원 블로그

 ◆등산이 너무 힘든 사람들을 위한 대안

 

설악산을 찾아 반드시 등산할 필요는 없다. 산 타는 것 자체가 싫은 사람은 케이블카를 이용하거나 명상길을 다녀오자.

 

설악산 케이블카는 약 5분 동안 설악산의 풍경을 감상하며 해발 700m 정상인 권금성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총 1.5㎞ 중 1.2㎞를 케이블카로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탑승장에서 권금성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소요된다. 50인승이나, 이조차 인기가 많아 아침에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흔들바위 너머로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사진=국립공원 블로그

올라가는 내내 동해바다, 울산바위, 토왕성 폭포가 장관을 그린다. 권금성에서는 노적봉, 만물상, 장군봉 등이 코앞에 펼쳐진다. 좀 더 올라가면 물개바위와 봉화대 등을 볼 수 있지만 밧줄을 이용해 올라가는 만큼 등산화는 필수다. 봉화대 정상에는 가족과 함께 오른 아이들을 위한 금메달도 있다. 단,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봉화대 오르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설악산 소공원 ‘명상길’은 설악산 매표소를 지나 왼편으로 가면 입구가 나온다. 설악산 신흥사 스님들이 새벽에 명상하러 다니는 숲길이다. 총 3㎞ 정도 되는 구간이 ‘숲 속의 공간∼명상의 공간∼사색의 공간’으로 나뉘어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명상길 입구에 도착하는 코스로 휴식하기 좋은 편안한 길이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영국 데커버스. 사진=켄싱턴호텔 설악

 ◆설악산 풍경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숙소는?

 

1박2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설악산을 알뜰하게 즐기려면 숙소를 잘 잡아야 한다. 이번에는 국립공원에서 제일 가까운 켄싱턴호텔 설악을 찾았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이면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은 오랫동안 설악산국립공원을 지킨 5성급 호텔이다. 영국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로 빈티지한 감성을 더해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 객실에서 보이는 설악산 뷰. 사진=정희원 기자

이곳의 명물은 객실의 ‘설악산 뷰’다. 어스름한 새벽, 마치 설악산이 방으로 쏟아지는 듯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설악산 입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주차걱정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설악산 뷰를 느끼며 애프터눈 티부터 저녁 만찬까지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야외에 설치된 런던의 명물 2층버스 ‘더블데커’와 1층의 해리포터·셰익스피어 등의 요소를 가미한 북카페도 볼거리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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