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타자 유한준은 오늘도 고민하고 또 노력한다

 

[스포츠월드=인천 이혜진 기자]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40·KT)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덧 리그 최고령 타자 타이틀을 달게 됐다. 아무렇지 않으려 해도 문득문득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대표적인 부분이 ‘장타력’이다. 개막 후 두 달 넘게 손맛을 보지 못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꼬박꼬박 두 자릿수 대포를 쏘아 올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었다. 9일 인천 SSG전에서 때려낸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 유독 반가웠던 이유다. 유한준은 “첫 홈런이 너무 늦게 나와 민망하다”면서도 “앞으로는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중심타자로서 의식을 전혀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유한준은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면서 “거기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데 사람인지라 쉽지 않더라. 괜찮다, 똑같다 되뇌이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민 또한 깊어졌다.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큰 것을 노릴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갈 것인지 등이다. 유한준은 “코칭스태프, 선배 등에게 여러 조언을 구했다. 그 안에서 교집합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루틴과 훈련 스텝을 그대로 지키려 애쓰는 것은 물론이다. 바벨의 무게도 한결같다.

 

묵묵히 흘리는 구슬땀은 결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유한준은 9일 기준 올 시즌 44경기에서 타율 0.280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덕분에 막내구단 KT는 상위권 순위싸움을 하는 강팀이 됐다. 작년엔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도 밟았다. 유한준은 “선수들 모두 강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어김없이 이겨내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1년생. 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KT와 2년 총액 2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가 그 마지막 해다. 김태균(전 한화), 윤석민(전 KIA) 등의 은퇴식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본다. 유한준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까지는 시간을 준 것 아닌가”라면서 “팀을 위해, 함께하는 선수들을 위해 되돌려줘야 하는 목표가 있다.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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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위즈/ 유한준이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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