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민병헌…그는 멈추지 않는다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다시 한 번 기회가 온 것 같다.”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맞대결.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이가 있었다. 외야수 민병헌(34·롯데)이다. 5번 및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23일 인천 SK전(SSG 전신) 이후 215일 만에 1군 무대를 밟는 순간이었다. 진가는 첫 타석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1-0으로 앞선 1회 말 2사 3루에서 1타점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전력질주로 완성한 값진 기록이었다. 그라운드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병헌은 지난 1월 22일 서울대병원에서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직·간접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다. 지난 시즌 109경기에서 타율 0.233 2홈런으로 부진했던 이유다. 심지어 수술 당시 구체적인 복귀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민병헌은 의연했다. 씩씩한 모습으로 주변을 안심시켰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있는데 괜찮다.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약속을 지켰다. 다시 팬들 앞에 섰다. 그것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이었다. 수술 후 열심히 재활에 매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년과는 다른, 조금은 낯선 과정을 밟으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래리 서튼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도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헌은 복귀전을 마친 뒤 “어찌 보면 내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온 것 같다. 앞으로 팀 분위기가 밝아지도록 사소한 것부터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 입장에선 천군만마가 따로 없다. 민병헌은 검증이 끝난 자원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3할 타율을 작성했다. 최근에도 퓨처스(2군)리그 10경기에서 타율 0.429(21타수 9안타) 3홈런 등을 때려내며 남다른 클래스를 자랑했다. 부상 전처럼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는 없겠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될 듯하다. 롯데는 41경기를 치른 시점을 기준으로 15승26패로 4할 승률 아래를 맴돌고 있다. 민병헌이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민병헌이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