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다시, 중국으로!
‘배구 여제’ 김연경(33)의 차기 행선지가 정해졌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김연경은 최근 중국 상하이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현재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곧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앞서 김연경은 국내 잔류와 국외 리그 진출을 놓고 고민했다. 중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는 김연경이 2017~2018시즌 몸담았던 팀이다. 당시 정규리그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도쿄올림픽을 마친 뒤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로써 김연경은 한 시즌 만에 V리그 무대를 다시 떠나게 됐다. 일본, 터키, 중국 등에서 맹활약했던 김연경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흥국생명에 복귀했다. 무려 11년 만이었다. 월드클래스 기량을 맘껏 펼치며 여자배구 인기를 높이는 데 앞장섰다. 팀의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끈 것은 물론 공격종합 1위(45.92%), 서브 1위(세트 당 0.277개), 오픈 공격 1위(44.48%) 등을 기록하며 여자부 최우수선수(MVP)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 왜 중국인가
중국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체력적인 측면이다. 김연경은 지난 1년간 쉼 없이 달렸다. 정규리그 전 경기를 뛰었을 뿐 아니라 컵대회, 플레이오프까지 총 41경기를 소화했다. 시즌이 종료된 후에도 마찬가지.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했다. 25일부터 내달 20일까지는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리는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해 최종 전력을 점검한다.
중국 여자배구 슈퍼리그는 아직 다음 시즌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2회 경기 있는 V리그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다. 더욱이 단축 시즌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이대로라면 김연경이 중국에 머무는 시간은 3개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그를 마친 뒤 유럽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대우도 나쁘지 않다. 터키 시절보다는 적지만 상하이가 최고 못지않은 대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상하이에 입단할 때 연봉인 15억원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V리그는 연봉합산(샐러리캡) 규정이 있는데다 선수 연봉 제한도 있다. 여자부는 최고 7억원(연봉 4억5000만원, 인센티브 2억5000만원)이다. 김연경은 지난해 흥국생명과 연봉 3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후배들의 연봉이 깎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 흥국생명은 어떻게
원소속팀 흥국생명으로선 고민이 짙어질 듯하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총 5시즌을 보냈다. 국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까지 1년이 더 필요하다. 다만 해외에선 자유롭게 뛸 수 있다. 임대 선수로 한 시즌을 보낸다면 ‘김연경 룰’에 따라 FA 일수를 채울 수도 있다. 과거 V리그는 임대 기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김연경의 터키행을 계기로 임대 중에도 FA 기간을 계산하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김연경은 대체불가에 가깝다.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 이슈로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데 이어 김연경까지 자리를 비우는 만큼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심지어 신생팀인 페퍼저축은행 역시 김연경을 주시했다. 공개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혔으나 흥국생명이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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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연경이 코트 위에서 포효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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