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기자]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새로운 전기차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REV는 내연기관차와 순수전기차(BEV)의 장점을 모두 갖췄으며 기본적으로 전기차지만 내연기관을 활용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린 차를 가리킨다. 최근 전기차 보급이 여의치 않은 시장을 공략할 최적의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10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그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EREV의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EREV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만 차량을 구동하되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직렬형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하다. 그러나 병렬형 등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달리 배터리 잔존용량이 줄어도 엔진이 구동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초 지엠(GM)과 BMW 등이 EREV를 시장에 출시했으나 당시 전동화 자동차에 대한 이해와 수요 부족으로 판매는 부진한 편이었다. 실제 국내에도 한국지엠 쉐보레를 통해 판매되던 볼트(Volt)가 EREV다. 현재 쉐보레의 순수 전기차 볼트(Bolt) EV와 철자도 다르다.

 

EREV의 강점은 내연기관차 수준의 긴 주행가능거리와 전기차보다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순수전기차로 전환하기 전 단계로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달리 배터리 중심의 차여서 전기차에 더 가깝다는 점도 의미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에서 EREV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리오토는 전기차가 아닌 EREV를 판매해 넓은 중국에서 장거리이동이 가능한 현실적인 전기차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또 다른 기업 세레스는 중국 화웨이와 합작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SF5를 EREV로 출시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 닛산은 EREV와 유사한 개념의 직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2세대 e-파워를 공개하고 이를 전기차와 더불어 친환경차 확대의 양대 축으로 삼기로 했다. 마쓰다는 전기차 MX-30에 주행거리 연장용 로터리 엔진을 장착한 EREV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거나 화석 연료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는 EREV가 친환경차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엔진 중심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배터리가 다 소진됐을 때 엔진이 개입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로 EREV냐 아니냐로 갈리는 것인데 이 때문에 전기차로의 전환 이전 단계로 기존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보다 전기차에 더 가까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도 이러한 점 때문에 EREV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호중 한자연 책임연구원은 “전기차가 친환경성에서 우위를 갖는 전제조건인 전력 생산·부품 제조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친환경차 정책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며 “정책 당국은 BEV만이 유일한 해답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tongil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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