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 오세근이 뛰어 올랐다

 

[스포츠월드=안양 이혜진 기자] 결정적인 순간, 그가 뛰어 오른다.

 

남자프로농구 인삼공사가 짜릿한 V3를 달성했다. 9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84-74 승리를 거뒀다. 중심에 ‘베테랑’ 오세근(34)이 있었다. 35분 44초 동안 코트 위를 누비며 20득점 7리바운드 3스틸 등을 기록했다. 외인 제러드 설린저를 제외하곤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이었다.

 

비단 이날뿐만 아니다.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내내 오세근의 진가가 돋보였다. 4경기에서 평균 31분31초 동안 20득점 6.3리바운드 1.3어시스트 등을 올리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비록 최우수선수의 영광은 ‘설교수’ 설린저에게로 돌아갔으나 오세근의 힘 역시 컸다. 오세근은 “우승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너무 완벽한 시리즈를 치러 어떻게 표현야 할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설린저 합류 후 모두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난 듯하다. 후배들에게 고생 많았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공을 돌렸다.

 

건강한 오세근은 우승을 노래한다. 벌써 세 개의 반지를 꼈다. 앞서 인삼공사가 두 차례 정상에 오를 때에도 오세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동부(현 DB)를 꺾고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한 2011~2012시즌엔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서 16득점 6.8리바운드 등을 작성했고,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6~2017시즌엔 9경기에서 15.8득점 8.6리바운드 등을 책임졌다. 그때마다 MVP를 거머쥔 것은 물론이다. 오세근은 “다섯 개의 반지를 끼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반 왔다. 다음에 또 후배들과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즌 내내 웃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시즌에선 다소 부진했다. 48경기에서 10득점 4.6리바운드 1.4어시스트 등을 마크했다. 커리어 로우에 가까웠다. 2년차였던 2013~2014시즌(9.5점 5.3리바운드) 이후 최저 기록이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도 길어졌다. 평균 출전시간 23분07초로 데뷔 후 가장 짧았다. 하지만 오세근은 오세근이었다. 시즌 막바지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봄 농구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오세근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마음을 비우고 플레이오프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기다렸던 수장에겐 더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오세근에 대해 “현명한 선수”라 평가했다. 김승기 감독은 “(오)세근이의 경우 과거 사례를 떠올려보면 정규리그 때 부상을 당해 포스트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스스로 끝까지 완주하려면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인 도움도 많이 못 받고 힘들었을 것이다. 힘을 아끼고 있다가 써야할 때 쓴 듯하다. 현명했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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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득점을 올리고 있는 오세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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