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그 이상…추신수와 이대호의 존재감

 

[스포츠월드=인천 이혜진 기자] ‘친구, 아이가!’

 

오랜 친구가 있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다. 지난날을 함께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1982년생 동갑내기 추신수(SSG)와 이대호(이상 39·롯데)도 마찬가지일 터. 구도 부산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함께했다. 수영초교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대호는 추신수 권유로 야구에 입문했다. 고교졸업 후 추신수는 미국으로, 이대호는 KBO리그를 택했다. 무대는 달랐지만 중요한 것은 세월을 건너 나란히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는 점이다.

 

◆ 시즌 전부터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

 

돌아돌아 다시 만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추신수는 전격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메이저리그(MLB) 8개 구단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부모님이 계신 한국으로 돌아왔다. SSG 전신인 SK와이번스가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드래프트에서 추신수를 지명했기에 부산이 아닌 인천으로 향했다. 마침 이대호도 비시즌 롯데와 2년 FA 재계약을 맺은 상황. MLB에서 각각 텍사스 레인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뛰었던 2016년 이후 5년 만에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공교롭게도 개막전부터 맞붙었다. 그것도 유통 라이벌로 묶였다. 장외 경쟁부터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지는 모습이었다. 대형마트 이벤트를 기획하는가 하면 SSG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SNS 등을 통해 도발하기도 했다. 덕분에 제대로 판이 깔렸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화젯거리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야구계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만큼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부담감도 커졌다. 특히 베테랑 추신수-이대호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한 치 양보 없는 승부. 접전 끝에 먼저 웃은 쪽은 SSG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개막전에서 5-3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로 나선 아티 르위키가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최정과 최주환이 각각 홈런 2개씩을 터트리며 파괴력을 뽐냈다. 롯데 또한 김준태의 시즌 마수걸이포를 포함해 장단 12개의 안타를 때려내는 등 분전했지만 마지막 한 끗이 부족했다.

 

 

◆ 단순한 라이벌, 그 이상을 향해

 

클래스는 영원하다. KBO리그 데뷔전이기도 했던 이날 추신수는 3번 및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안타는 없었지만 자신만의 눈 야구를 아낌없이 선보였다. 세 번째 타석이었던 5회말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갔다. 이어 곧바로 2루까지 훔치는 과감성까지 뽐냈다. 경미한 가래톳(골반) 통증을 호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추신수는 “안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보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앞으로의 경기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대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중요한 순간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4회 초였다. 전준우의 2루타로 만들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사 2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르위키와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좌중간을 향하는 깔끔한 적시타를 신고했다. 1-1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롯데의 올 시즌 첫 타점이기도 했다. 중심타자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이대호는 110타점을 작성했다. 팀 내 단연 1위다. 

 

“잘했으면 좋겠다.” 경기장 안에선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밖에선 또 다르다. 변함없이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이대호는 “개인적으로 (추)신수가 잘했으면 좋겠다”면서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82년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롯데와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조명해주시는데 경쟁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지 않는가”라고 운을 뗀 뒤 “서로 잘해서 한국야구를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KBO리그를 대표하는 추신수와 이대호가 나란히 개막전에서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사진은 타격하는 추신수와 이대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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