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배구여제’ 김연경(33·흥국생명)의 눈빛이 한층 더 비장해졌다. 아쉽게 정규리그 우승은 놓쳤지만 챔피언 자리만큼은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각오다. 마지막까지 봄 배구를 누리고픈 마음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와 보기 힘든 왼손 득점 그리고 동료들을 다독이는 리더십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전(3-1) 승리와 2차전(1-3) 패배 후 맞이한 끝장 승부. 김연경의 어깨가 무겁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연경은 11년 만에 V리그 무대를 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변수를 겪으면서 국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단, 1년 단기계약이었다.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이미 터키, 이탈리아 구단들이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김연경 역시 지난 18일 포스트시즌(PS) 미디어데이에서 “다음 시즌 한국에서 배구를 하게 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이 기회를 잡아 우승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굳은 의지를 표했지만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봤다. PO 1차전에서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29득점을 올리며 포효했다. 공격성공률이 60%에 달했다. 2차전에서도 20득점(공격성공률 46.15%)을 책임지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효율(55.33%→23.08%)이 떨어졌다. 상대의 집중 견제가 쏟아진 탓에 체력적 부담이 컸다. 허무하게 1,2세트를 내준 뒤 악착같이 반전을 꾀했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한 끗이 부족했다.
다사다난한 시즌이다. 출발은 상쾌했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선두 자리를 질주했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 주축 멤버였던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 등 내부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결국 1위 자리를 내줬다. 만약 흥국생명이 PO 3차전에서 패한다면 그대로 시즌이 종료된다. 김연경으로선 어쩌면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일 수 있다.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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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OVO 제공/ 김연경이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며 흥국생명을 이끌고 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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