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학폭(학교폭력)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학교라는 공간이 감옥처럼 느껴지고, 친구는 어떻게든 피해야할 대상이 된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괴롭힘이 시작되는 소리이고, 등하교길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가해자들의 말 한마디는 다음 괴롭힘을 알리는 복선이자 예고편이다.
쫓고 쫓기는 24시간. 장르로 따지면 공포물이다. 깨어나고 싶어도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다. 내 의지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학폭 피해자들의 학교 생활은 이렇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10대 때 당한 폭력은 가슴 속 깊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우리가 학폭을 사회문제로 보는 이유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외침은 대중의 응원을 받고 있다.
법조계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유명인의 가해 사실을 용기내 폭로하는 것은, 허위나 과장이 없는 진실일 경우 학폭의 심각성을 알리는 부분에서 공익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학폭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시발점이 된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도 학폭 논란을 언급하며 학폭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최근 연예계는 학폭 미투로 뜨겁다. 배우 조병규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가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자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사실과 다른 주장과 반박들로 인해 저는 26년간 살아왔던 삶에 회의와 환멸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방송가는 ‘조병규 지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KBS2 신규 예능 ‘컴백홈’ 제작진은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편성을 최종 확정지어야 하는 현시점에서 출연자의 출연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하에, 최종적으로 MC 조병규의 출연을 보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C ‘놀면 뭐하니?-2020 동거동락’과 JTBC ‘독립만세’ 2화에 출연한 조병규는 단독 장면은 편집되고 전체 장면과 출연진과 나눈 대화로 편집이 불가능한 부분만 방송을 탔다.
배우 박혜수 역시 학폭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의 폭로가 연이어 제기됐다. 박혜수의 소속사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는 “박혜수를 악의적으로 음해·비방하기 위한 허위사실임을 확인했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악의적 조직적인 공동 행위가 아닌지에 관하여도 의구심을 가질 만한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고 배우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모임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박혜수 주연의 KBS2 새 금요드라마 ‘디어엠’은 방영 연기를 공지했음에도 관련 청원에 동의하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게재된 ‘디어엠 방영연기 요청’ 청원은 2일 낮 12시 기준 동의수가 2400건을 넘어섰다.
박혜수는 관련 의혹에 모두 선을 그었지만 ‘디어엠’을 비롯해 KBS 쿨FM ‘정은지의 가요광장’,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예정돼 있던 방송 일정을 취소했다. 사실상 방송활동 ‘멈춤’ 상태다.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수진 역시 학폭 의혹에 휩싸인 후 모델로 발탁했던 뷰티 브랜드 공식 SNS에서 수진의 흔적을 지웠다. 일부 팬들은 ‘서수진의 진상규명 촉구’, ‘학폭은 자숙이 아닌 탈퇴’라는 경고성 문구가 담긴 화환을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에 보냈다.
트로트가수 진달래, 스트레이키즈 멤버 현진은 학폭을 인정하고 자숙에 들어갔고, 이들 외에도 배우 최예빈,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김소혜, 이달의소녀 츄, 세븐틴의 민규, 몬스타엑스 기현, 에버글로우 아샤 등이 학폭 의혹에 휩싸이며 진실공방을 펼친 바 있다.
“거짓말 하면 이 바닥에서 떠야 한다.” 학창시절 학폭 피해자였음을 고백한 연예계 대선배 박명수의 일침이다.
가짜 폭로로 억울한 피해를 보는 연예인은 절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예인 역시 한 치의 거짓도 없어야 한다. ‘학폭 의혹’이 진실로 밝혀지는 경우 연예인의 활동은 기약 없는 ‘빨간불’이 켜진다. 여기에 거짓말을 했다는 괘씸죄까지 더해져 복귀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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