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日 걸그룹 ‘매직아워’, ‘조건부 韓 데뷔’의 의미

 일본대중음악계로부터 신기한 소식이 들려왔다. J팝 걸그룹 매직아워(MAGICOUR)가 지난 13일 유튜브에 올린 신곡 ‘Getcha’ 댄스퍼포먼스 영상을 두고, 2주 내로 해당영상 조회수가 50만을 넘어설 경우 한국에 데뷔시키겠단 계획을 밝힌 것. 이른바 ‘조건부’ 한국진출 계획인 셈이다.

 

 그냥 듣기에도 확실히 좀 어색한 얘기다. 일단 J팝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이들이라도 매직아워란 팀을 들어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한국진출이란 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정상적 시기 한국진출 계획이라도 고개가 갸웃거려질 만한데, 지금은 서로 오가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이다. 허들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 뭘 어떻게 하겠단 걸까. 한국어 가사 노래를 만들어 국내 음원사이트 등에 등록시키는 정도 진출을 말하는 건가. 단순히 “우리도 K팝시장에 진출해봤다”는 식, 한국 1970~80년대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정도 홍보문구를 만들기 위한 도전 아닌 도전? 그런데 그렇게 보기엔 또 나름 거창하다면 거창하다. 신곡 ‘Getcha’는 SM엔터테인먼트와 자주 작업해온 한국 프로듀싱 팀 코치앤센도 곡이고, 빅뱅과 블랙핑크 백댄서 출신 안무가 마이가 안무를 맡았다. 소위 ‘구색’은 또 그럭저럭 맞춘 셈이다.

 

 그럼 대체 뭘까. 뭘 바라보고 의도한 진출 계획일까.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드니 이런저런 대중문화 커뮤니티들과 언론미디어 등에선 온갖 기묘한 예측과 전망들만 횡행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매직아워 상황은 사실 그렇게까지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팀의 ‘탄생배경’만 잠깐 들여다봐도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매직아워는 사실 ‘잡지발(發)’ 걸그룹이다. 일본 10대 패션잡지 ‘팝틴’에서 현역 모델들 대상으로 주최한 걸그룹 프로젝트 ‘7+Me Link’를 통해 멤버를 선발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25일 첫 싱글 ‘Magic’을 발표하고 ‘Getcha’가 두 번째 싱글이다. 그러니 매직아워는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라 봐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돌 전문기획사에서 탄생된 팀도 아니고, 애초 팝틴을 발행하는 카도가와하루키사무소 계열 미디어 브랜치 홀월드미디어가 에이전시로 게시돼있다. 활동 전반에 걸친 모든 것이 팝틴이란 잡지로 귀속되고 있다.

 

 그럼 팝틴은 또 어떤 잡지일까. 사실상 일본 10대 패션잡지 대표 격이라 볼 만하다. 1980년 창간했으니 올해로 41년째를 맞이했다. 마츠다 세이코를 필두로 일본서 10대 여성아이돌 붐이 일던 시절 창간돼 엄밀히 여성아이돌 중심으로 일본 10대 패션 트렌드를 반영해왔다. 그리고 이 팝틴에서 새로운 10대 여성 트렌드로서 K팝 아이돌을 전폭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한 게 2018년부터다.

 

 당장 2018년 걸그룹 여자친구 멤버 엄지가 팝틴 전속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여자친구 일본데뷔를 앞두고도 팝틴 주최 ‘키즈나 페스티벌’에서 여자친구가 직접 무대를 선보이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2019년엔 ‘제3회 팝틴 커버걸 전쟁’ 프로젝트에 SM엔터테인먼트 계열 미스틱스토리 연습생 후쿠토미 츠키와 김시윤이 참여했었다. 여기서 후쿠토미가 최종 2인에 들며 팝틴 전속모델이 됐다. 그리고 후쿠토미는 매직아워 멤버로도 선발돼 첫 싱글 ‘Magic’에 참여했고, 이후 미스틱스토리 걸그룹 데뷔를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순서. 이에 매직아워 측은 후쿠토미를 대체할 새 멤버를 뽑아 이번 ‘Getcha’ 싱글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 이번 매직아워 상황의 전체적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애초 매직아워는 걸그룹 자체로서 생존해야 할 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팝틴 10대 독자들을 고조시키기 위한 이벤트성 팀이란 점 말이다. 이렇다 할 전문기획사에서 내놓은 팀조차 아니란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들의 ‘조건부’ 한국데뷔 계획도 마찬가지다. 한류에 경도된 일본 10대 여성층을 겨냥해 K팝 씬과의 ‘연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

 

 이게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나온 기이한 한국 데뷔 계획’ 실체다. K팝시장에 발을 들여놓겠단 의도보단 일본 내 반향에 방점이 찍힌 경우고, 사실 그보다도 타깃이 좁은 ‘10대 여성층 분위기 고조’를 위해 등장한 기획이라 볼 수 있다. 굳이 K팝 작곡가와 안무가까지 기용해 ‘구색’을 갖춘 것도 그런 점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독자들이 지지하고 동경하는 모델들이 ‘K팝스러운’ 콘텐츠를 내놓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반영한 기획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은 간명하다. 그만큼 일본 10대 여성층 내 K팝 중심 한류 지배력이 엄청난 수준이란 점이다. 예컨대 일본 리서치마케팅회사 AMF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여중고생 유행어대상’에선 2017년 이래 한류 관련 아이템이 빠진 적이 없다. 당장 2020년 결과에서도 사람 부문 1위로 JYP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니쥬가, 4위로 CJ ENM과 일본 요시모토흥업 합작 보이그룹 JO1이 올라있다.

 

 한편 일본 소셜트렌드뉴스가 실시한 한류 조사에서도 ‘한국을 최신 트렌드 발신지라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일본 10대의 90%가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20대 61.7%, 30대 43.4%도 높은 수치지만, 10대에선 그 지배력이 더욱 어마어마하단 얘기다. 이어 ‘한국문화와 한국인을 동경하는가’란 질문에도 10대의 73.3%가 ‘그렇다’고 대답(20대 35%, 30대 25%)했었다.

 

 이러니 매직아워 한국데뷔 같은 발상도 나오는 것이다. 그 타깃이 10대 여성층인 상품이라면 어찌됐건 뭐라도 한국과의 ‘연계’를 표방하는 게 생존비결이 돼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매직아워 한국데뷔는 사실 그 ‘조건’을 맞추기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건’이 된 영상이 게시된 지 일주일 지난 상황이지만, 아직 조회수는 13만 정도다. 사실 J팝 영상, 심지어 공식 뮤직비디오조차 아닌 영상이 그 정도 기간에 5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어쩌면 그 점까지 미리 고려한 ‘조건’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좀 허탈하긴 하지만, 어찌됐건 한국 입장에선 현 일본 10대 문화에 있어 한류 지배력 실체를 확인해볼 또 다른 사례로서 눈여겨 볼 일이긴 하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매직아워 ‘Getcha’ 댄스퍼포먼스 영상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