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주말밤 안방극장의 흥행을 책임진 ‘철인왕후’가 막을 내렸다. 김병인 역의 배우 나인우는 죽음으로 사랑을 지켰고, 짙은 여운을 남기며 퇴장했다. 그가 ‘철인왕후’를 ‘산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든 중전 김소용(신혜선)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을 펼쳤다. 극 중 나인우는 김좌근의 양자 김병인으로 분해 김소용을 향한 순애보, 그로 인해 벌어지는 권력 다툼의 중심에 섰다.
종영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나인우는 극 중 김병인과는 다른 매력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가감없고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런 그가 바라본 김병인은 ‘올바른 인물’이었다. 캐릭터 자체에 흐트러짐이 없었고, 이성적으로 판단했다. 상대에게는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나인우는 “나와는 많이 달랐다. 초반에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각 잡힌 김병인과 달리 나인우는 “흐트러짐 있는” 성격이라고 했다. 곧은 인물 김병인을 연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 쓴 건 자세였다. 그는 “시간이 지나다보니 캐릭터에 점점 몰입됐다. 자세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 후반에는 점차 자세를 흐트러트렸다. 김병인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의 한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칼 같은 성격의 김병인도 단 한 사람, 김소용 앞에서 만큼은 달랐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소용을 향한 마음 만큼은 누구보다도 간절하고 커다랬다. 나인우는 “처음에는 지켜주겠단 마음의 사랑이 환경이 변해가면서 집착으로 변했다. 집착을 넘어 소유욕까지의 변화가 있었다”고 김병인의 감정을 전했다.
김병인은 어린 시절 김좌근의 양자로 들어와 소용과 사촌 남매지간이 됐다. 집안의 굴곡으로 그늘진 자신과 달리 사랑을 받고 자라 밝은 소용을 연모하기 시작했다. 중전이 된 소용을 바라보며 줄곧 그 뒤를 지켰다. 철종을 향한 질투심도 따라왔다.
나인우는 김병인의 성장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김병인은 김소용과는 정말 먼 집안의 자제로 양반가 출신도 아니었다. 그렇게 둘러 둘러 김좌근의 양자가 되었고, 혼자 소용을 향한 마음을 키웠다.
“원래 친아버지가 김좌근 대감에게 돈을 받고 병인을 파는 신이 있었어요. 반항기 넘치는 눈빛의 어린 배우가 병인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죠. 제발 두고가지 말라고 간절하게 말했는데도 아버지에서 버려지고 말아요. 그때 어린 소용이가 나타나 ‘내 사촌 오라버니가 너냐’고 이야기하죠. 그 대사를 하는 소용이에게는 후광이 비추고요. 소용을 향한 마음을 가지게 된 계기가 돼요. 안동김문이라고 하면 부패를 저지르는 양반가라고만 생각하는데, 사실 김병인은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니었죠.”
극 중 김병인의 서사에는 꽤나 중요한 장면일 수 있었다. 편집돼 아쉽지 않냐는 물음에 나인우는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땐 그 신이 들어갔으면 병인이가 너무 약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조절해 주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병인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면서 변하기 시작한 거라며 “항상 인내하고 절제하던 삶을 살던 김병인도 호수 사건 이후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2013)로 데뷔한 나인우는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2015)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KBS1 일일극 ‘꽃길만 걸어요’로 얼굴을 알렸고, 지난해에는 JTBC ‘쌍갑포차’에 이어 ‘철인왕후’까지 쉬지 않고 열일했다. 반 년 넘게 달려온 ‘철인왕후’를 마무리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앞선다. 나인우는 “출연 작품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내가 이걸 해냈다니’하는 생각이 든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나인우에게 ‘철인왕후’는 산 같은 작품이다. 그는 “올라갈 땐 무척 힘들었는데, 정상에 서서 주위를 바라보면 되게 아름답고 예쁜 산 같다. 마음이 탁 트인다”고 답했다.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다. 중압감도 뒤따랐다. ‘퓨전 사극’ 장르를 앞세웠지만 코믹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김병인은 언제나 근엄한 이미지를 갖춰야 했다. ‘줄타기’를 어떻게 해야할 지 처음엔 갈피가 안잡혔다고 고백한 나인우는 “하나씩 풀어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김병인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초반엔 긴장도 많이 했지만, 다들 친해진 후반부엔 웃음 참느라 애쓰면서 재밌게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가장 큰 역할이었어요. 압박감이 산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나중에 더 큰 산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큰 산이었어요. 언젠가 ‘철인왕후’라는 산에 올라갔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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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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