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후’·‘암행어사’→‘달뜨강’, 끌린다 ‘퓨전 사극’ [SW시선]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새해 시작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사극’이다. 지난해에 이어 시청률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다수의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떠들썩한 출발에 이어 매주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철인왕후’, 지상파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암행어사’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드라마로 옮겨온 ‘퓨전 사극’이라는 점이다. 

 

신혜선, 김정현 주연의 tvN ‘철인왕후’는 첫 방송 8.0%(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나날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16회는 평균 14.9%를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10대에서 50대까지 남녀 전 연령대의 시청률 1위 기록이다. 

시작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배우들의 열연에 판타지·코믹·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 만든 퓨전 사극이 만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주말 드라마를 만들었기 때문. 신혜선은 장봉환(최진혁)의 영혼이 스며든 중전, 아픔을 간직한 김소용, 그리고 둘의 영혼이 뒤얽힌 제3의 인물까지 1인 3역에 가까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찰나의 순간에도 코믹과 진지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철인왕후’의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본격적으로 왕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는 철종(김정현)의 반전있는 전개, 권력 다툼을 펼치는 가문들간의 치열한 싸움도 재미 요소다.  

KBS2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이하 ‘암행어사’)의 상승세도 놀라운 수준이다. 20% 넘는 시청률을 자랑한 경쟁작 SBS ‘펜트하우스’ 종영 이후 ‘암행어사’의 시청률 상승세에도 가속이 붙었다. 지난달 11일 8% 대의 시청률에 진입했고, 쭉쭉 뻗어 1일 13.6%(2부 기준)를 기록했다. 5.0%의 첫 방송 시청률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시작은 평이했지만, 과정도 결과도 눈부시다. 정의로운 암행어사로 성장해가는 암행어사 성이겸(김명수), 어사단으로 호흡을 맞추는 다모 홍다인(권나라), 이겸의 몸종 박춘삼(이이경)까지 약자를 지키고 악한 자를 처벌하는 권선징악 전개로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긴다. 여기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이경의 감초 연기도 분위기를 살린다. 나아가 정의로운 도적 성이범(이태환)과 ‘펜트하우스‘ 민설아로 얼굴을 알린 강순애(조수민)도 제 역할을 해낸다. 

 

‘암행어사’의 경우 시청률에 비해 화제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암행어사’는 1월 4주차 드라마TV 화제성(굿테이터코퍼레이션 제공)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청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제성 순위가 높은 tvN ‘여신강림’, JTBC ‘런 온’,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이 있는가 하면, ‘암행어사’의 경우 시청률 대비 화제성 순위가 낮은 수준이다.

 

드라마를 보는 수단으로 TV 대신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주로 택하고 있는 젊은 세대해 비해 채널 선택의 주도권을 가진 중장년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오로지 ‘본방사수’로 드라마를 향한 지지를 내보이는 것이다. 

퓨전 사극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철인왕후’, ‘암행어사’에 이어 본격적으로 사극 대전이 시작된다. 새 라운드의 포문을 여는 건 15일 첫 방송되는 KBS2 ‘달이 뜨는 강’이다. ‘달이 뜨는 강’은 평강공주 설화 속 인물들을 현대의 드라마로 소환한 픽션 사극으로,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김소현)과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지수)의 순애보를 그린다. 김소현은 강직하고 총명한 공주 평강이자 냉철하고 잔인한 살수 염가진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1500년 전 고구려 설화 속 평강공주와 온달 장군의 이야기를 현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재탄생 시킬 예정.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SBS에 ‘조선구마사’도 3월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판타지 액션 사극. 배우 감우성이 악령이 불러온 혼돈을 마주하고 각기 다른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는 태종을, 그의 아들과 양녕대군에는 각각 장동윤과 박성훈이 출격한다. 

 

2010년 방송된 KBS1 ‘근초고왕’ 이후 10년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감우성, 퓨전 사극 ‘녹두전’(2019)에 이어 액션 사극에 도전하는 장동윤, SBS ‘육룡이 나르샤’(2015) 이후 오랜만에 사극 복귀에 나서는 박성훈이 의기투합한다.

하반기에는 안효섭, 김유정 주연의 SBS 판타지 로맨스 사극 ‘홍천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KBS2 퓨전 사극 ‘연모’,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MBC 로맨스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 등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이렇듯 국내 드라마 업계는 퓨전 사극으로 새해 시작을 뜨겁게 달궜다. 이 가운데 ‘철인왕후’와 ‘암행어사’가 종영까지 시청률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나아가 ‘달이 뜨는 강’을 시작으로 새 드라마들이 사극 흥행 불씨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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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토리 콘텐츠, 아이윌미디어, tvN,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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