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장충 최원영 기자] 현대캐피탈이 뿌린 씨앗은 나무 한 그루로 성장 중이다.
한 점, 두 점 벌어지던 점수는 더블 스코어가 됐다. 현대캐피탈은 끌려가는 쪽. 2세트 6-12가 되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최 감독은 선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너희들은 이제 심은 나무야. 벌써 건방지게 하면 어떡해”라고 말했다.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속에 뼈가 있었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대대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주축 멤버 대부분을 젊은 선수로 바꿔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세터 김명관, 신인 리베로 박경민과 레프트 김선호,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귀한 레프트 허수봉, 주전 경험이 거의 없는 센터 차영석 등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손발을 처음 맞추는 조합. 당연히 삐걱거렸다. 2, 3라운드 각각 1승5패(승점3점)에 머물렀다. 팀 순위는 하염없이 미끄러졌다. 그런데 쓰라렸던 경험이 하나둘 모이자 자양분이 됐다. 결과로 나오기 시작했다. 4라운드 성적만 놓고 보면 지난 19일까지 남자부 3위(3승1패 승점8점)였다.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 힘이 생겼다. 현대캐피탈은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우리카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1-25 17-25 25-19 25-18 18-16)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3연승을 질주했다.
2세트까지는 엉망이었다. 라이트 외인 다우디 오켈로 외에는 제 몫을 하는 선수가 없었다. 디그에 성공하더라도 연결이 흔들렸고 공격은 전부 범실로 이어졌다. 최태웅 감독은 부상에서 복귀한 레프트 문성민, 송준호, 리베로 여오현 등 베테랑들을 투입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머리 식힐 시간을 줬다.
한 세트도 따지 못할 것 같던 코트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투입됐다. 다우디가 앞장섰고 문성민과 송준호가 지원했다. 김명관은 블로킹, 원포인트 서버 이시우는 서브로 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높였다. 결국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최태웅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팀워크, 경기력이 빨리 올라왔다. 경쟁력 있게 도전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훈련을 더 해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이 생각보다 회복력이 좋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현대캐피탈은 이제 막 뿌리를 내렸고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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