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김단비의 묵직한 500만원 “남편도 허락했어요”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5년 연속 올스타 팬투표 1위(1만2596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스타전이 취소된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댄 끝에 내린 결론은 500만원 기부. 화끈하게 통장을 개봉한 김단비(31·신한은행)는 “팬투표 1위가 얼마나 큰 영광인데요.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고 허허 웃었다.

 

 김단비는 2020-2021시즌에도 여자농구 팬들의 ‘원픽’이다. 지난 2016-2017시즌부터 5년 연속 별 중의 별. 무관중으로 팬과 호흡할 기회가 없었고, 경기를 마친 뒤 팬클럽과 잠시라도 인사를 나누거나 바깥 공기를 마실 틈 없이 숙소로 직행이었다. 팬투표 1위다운 모습을 보일 무대도 없다. 대신 뿌듯함은 배로 다가왔다. 김단비는 “앞서 네 차례도 어안이 벙벙했는데 올해는 더 감개무량하다. 경기장에서 직접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팬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마음이 더 따뜻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김단비는 팬과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시간을 쏟았다. 지난 4년의 기억은 모두 코트 위였다. 경기 중 관중석으로 달려가 팬과 호흡하고, 실착 유니폼을 선물하고 다시 코트로 돌아오는 등 직접 호흡이었다. 이번에는 거리두기로 모두 불가능. 김단비는 고민 끝에 소중하게 간직하던 통장 하나를 개봉해 팬클럽 ‘단비들’의 이름으로 어려운 곳에 기부하기로 했다.

 

 김단비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사랑이라고 배웠다. 5년 연속 1위를 한 만큼 나도 팬들에게 보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국에 조금이나마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은 기부가 유일했다”면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집에 동반자가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공금의 개념이라 남편에게도 허락을 구했는데 ‘당연히 해야지’라며 흔쾌히 동의하더라”고 웃었다.

 

 기부만으로는 부족했다 싶었는지 사비로 유니폼까지 주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생방송 중 친필 사인 유니폼에 관한 요청이 있었는데 김단비는 다음 날 바로 구단에 10벌을 주문했다고. 김단비는 “팬들이 원한다면 가능한 선에서 뭐든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팬에게 선물하는 것이라면 사비를 터는 것도 아깝지 않다”면서 “사실 팬들에 유니폼 선물을 많이 해서 정작 내가 단벌신사다. 신한은행에서 내 주문은 조금 할인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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