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 부추기는 코로나19, 할머니 무릎·허리 건강 빨간 불

[정희원 기자] 부모 대신 손자, 손녀 양육을 전담하는 조부모 사례를 두고 흔히 '황혼 육아'라고 부른다.  

 

최근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전국 유치원 및 초등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자녀를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맞벌이 부부를 대신에 손자, 손녀를 양육하는 조부모의 황혼 육아 사례가 다반사다. 문제는 과도한 양육 노동으로 인해 무릎 통증,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고령층 사례마저 덩달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양육 노동으로 업기, 분유 먹이기, 기저귀 교체하기, 가벼운 놀이, 산책시키기, 목욕시키기 등이 있다. 10kg 안팎에 달하는 아이를 업거나 목욕을 시킬 때 자연스레 척추 건강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젊은층 대비 근육 및 인대가 약한 고령층이라면 이러한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힌 채 생활해야 한다는 점도 척추 건강 리스크다. 체구가 작은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데 이는 고령층에게 고역으로 다가간다. 특히 척추 퇴행성 변화가 도래할 시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는 게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단순 허리 통증을 넘어 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으로 악화되는 경우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구조물인 추간판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탈출하여 발병하는 질환이다. 추간판이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주변 섬유륜 파열로 이어져 수핵 탈출을 야기하는 것이다. 탈출한 수핵은 주변 하지 관련 신경을 건드려 허리 통증과 더불어 하지방사통, 다리 저림, 발 저림 등을 일으킨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아이를 업거나 목욕을 시킬 때 척추 뿐 아니라 무릎 관절의 과부하마저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무릎 역시 관절 내 연골 손상에 따른 퇴행성 변화를 나타내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무릎 관절 운동이 과도할 경우 관절 내 연골이 마모되면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극심한 무릎 통증을 겪어 보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관절 과부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일상생활 속 노력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만약 손자, 손녀 양육 도중 허리 통증 및 하지 저림 증세가 계속 이어지면 척추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에 내원해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유리하다.  

 

정밀 검사 후 허리디스크 초기 증상으로 진단이 내려졌다면 외과적 수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수술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경막외 신경성형술, 도수치료 등이 바로 그 것이다. 

 

무릎에서 시큰거리는 증상과 더불어 부종, 묵직한 통증이 두드러진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연골 손상이 비교적 경미한 무릎 퇴행성관절염 초기라면 관절내시경 수술, 인대강화주사 등을 통해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치료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고도일 병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손자, 손녀를 양육할 때 척추, 관절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제때 휴식을 취하는 게 필수”라며 “가벼운 찜질과 스트레칭을 시행하여 척추, 관절 주변 근육 및 인대의 피로를 해소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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