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첫째도, 둘째도 경기에 나서는 게 먼저입니다.”
재능과 노력의 시너지 효과는 무시무시하다. 손아섭(32·롯데)이 대표적이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좀처럼 만족하는 법이 없다. 매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록들이 이를 증명한다. 프로 14년차. 통산 타율이 0.325(5859타수 1904안타)에 달한다.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역대 3위. 2010시즌부터 9년 연속 3할 타율을 이어갔을 뿐 아니라 최다 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기억 또한 세 차례(2012년, 2013년, 2017년)다.
올해도 마찬가지. 141경기에서 타율 0.352(540타수 190안타) 11홈런 8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8 등을 때려내며 포효했다. 타율 2위, 안타 3위 등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스스로 절치부심을 외쳤던 시즌이기에 의미가 컸다. 지난해 3할 타율(0.295)이 깨졌다. 보다 손아섭다운 모습을 찾기 위해 애썼다. 장타 욕심 대신 정교함에 집중한 이유다. 손아섭은 “투수 입장에서 ‘어떤 손아섭이 더 힘들까’ 고민해봤다. 타석에서 끈질기고 악착같이 덤비려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타격왕 경쟁을 이어갔다는 부분도 고무적이다. 비록 0.002 차이로 타이틀 홀더가 되진 못했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식과도 같았다. 손아섭은 “사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타격 순위가 6~7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최상단 쪽에 내 이름이 있더라.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혀 의식을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최대한 순리대로 가려 했다.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웃었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 손아섭은 매년 엄청난 타석수를 자랑한다. 2016~2018시즌 3년 연속 600타석 이상 소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 올 시즌엔 전 경기 출전이 불발됐다. 결석은 3경기뿐이지만 그래서 더 미련이 남는다. 햄스트링 통증으로 부상자명단(9월8일~9일)에 오르는 등 악재가 있었다. 손아섭은 “아픈 곳은 많지만 다른 선수들도 그러하듯 웬만하면 참고 뛴다”며 “144경기 다 뛰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전했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경기 수는 손아섭이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 중 하나다. 새 시즌을 앞두고 항상 “목표는 전 경기 출전”이라고 말할 정도다. 쉽지 않은 일이다. 몸 상태와 기량이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 손아섭은 “화려한 기록들도 좋지만 기본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그래야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하며 “팀의 연승도, 연패도 함께하고 싶다. 잘하든 못하든 경기장에서 동료, 팬 분들과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손아섭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최종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개인적인 부분에 한정한다면 KBO리그 최다 출전을 새로 작성하는 것이다. 사실 일찌감치 많은 이들이 박용택(41·LG)의 통산 최다 안타(2504안타) 기록을 깰 유력 후보로 주목하고 있다. 손아섭은 “여태껏 숫자를 쫓으며 야구한 적은 없다”면서도 “건강하게 매 경기, 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오더라. 역사 한 페이지에 내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면 뿌듯할 듯하다”고 말했다.
비시즌에도 손아섭의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이미 11월 중순 훈련을 시작했다. 단계별 자신만의 루틴이 확실하다. 물론 회복 시간도 충분히 갖고 있다. 각종 연말 행사 등까지 고려한 방안이다. 실제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는가 하면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2’에 출연해 색다른 면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손아섭은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운동선수답게 낚시도 잘하고 싶었는데 맘처럼 안 되더라”고 껄껄 웃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꾸준함의 대명사 손아섭. 여전히 경기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한다. 기쁨과 슬픔 모두 경기장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