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드라마 ‘스타트업’을 만나 인생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안방극장을 열광하게 한 이유 있는 ‘서브앓이’, 그 뒤에는 김선호의 디테일한 열연이 있었다. 그렇게 김선호는 명실상부 ‘대세’로 떠올랐다.
김선호는 지난 6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스타트업’에서 SH벤처캐피탈 수석 팀장인 한지평을 연기했다. 직장에서는 카리스마 넘치고 능력 있는 상사지만 유독 서달미(수지) 앞에서는 순해지는 인물. 달미가 15년을 마음에 담아온 편지 속 서체의 주인공으로 3년을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그렸다.
2009년 연극 ‘뉴보잉보잉’을 시작으로 연극계에선 이미 이름난 배우다. 드라마로 무대를 옮긴 김선호는 KBS2 ‘김과장’(2017)으로 데뷔작을 장식했고, 그해 MBC ‘투깝스’에 이어 ‘미치겠다, 너땜에!’(2018), tvN ‘백일의 낭군님’(2018)으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2019)로 본격 주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tvN ‘유령을 잡아라’(2019), ‘스타트업’ 주연까지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최근 스포츠월드와 서면 인터뷰로 만난 김선호는 “‘스타트업’이라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함께한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제작진분들과 배우분들, 모두 다 좋으신 분들이라 조금의 무리도 없이 행복하게 작품을 끝낼 수 있었다”며 “끝이라니 참 아쉽다. 굉장히 아쉽게 느껴진다. 지평이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지만 한지평이라는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종영 소감을 밝혔다.
‘스타트업’의 집필과 연출을 맡은 박혜련 작가와 오충환 감독의 팬이었다고. 김선호는 “박혜련 작가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를 너무 재밌게 봤다. 오충환 감독님의 ‘닥터스’와 ‘호텔델루나’도 그렇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라고 출연 계기를 전하며 “함께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독설을 아끼지 않는 한지평이었지만, 사실 누구보다 서달미의 성공을 응원했다. “달미 안 다쳐요, 할머니. 제가 다치게 안 해요”라는 한지평의 대사는 ‘서브 앓이’의 불을 지폈다. 그렇다면 실제 김선호와 한지평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이 같은 물음에 김선호는 “내가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연기했으니 50%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평이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 하고, 실제로는 좋은 집과 좋은 차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연기했으니 절반 정도는 나의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짐작했다.
다만 한지평의 사랑 방식에는 다른 시각을 내놨다. “3년 동안 짝사랑한 지평이도 대단하다. 3년 동안 상대방을 바라보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면서 “나라면 지평이처럼은 못할 것 같다. 한 번쯤 불현듯 고백했을 것 같다. 제대로 고백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서로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포기할 것 같다”라고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어린 시절 한지평의 서사를 이어받아 한지평을 연기했고, 3년의 텀을 두고 여전히 한 여자를 바라봤다. 한지평을 어떤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는지에 관해 김선호는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 모두 신경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한지평이라면 어떻게 걸을까, 어떻게 말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걷는 모습, 서 있는 모습, 심지어 주머니에 손을 넣는 디테일까지 한지평으로서 고민했다. 매 순간 ‘한지평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두고 캐릭터를 완성해갔다.
한지평과 마주하는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에도 초점을 맞췄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지평이라는 인물이 보이는 태도에 대한 차이를 크게 두려고 했다”는 김선호는 “원덕을 만났을 때, 달미를 만났을 때, 도산이를 만났을 때 등 만나는 인물에 따라 지평이는 어떤 행동 할까 고민을 많이 했고,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며 여러 가지 준비한 것들을 실행해봤다”라고 돌아봤다.
3년간의 시간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헤어스타일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그려내고자 했다. 김선호는 “‘반깐’ 머리스타일에서 ‘다른 한쪽도 더 올리자’라고 결론을 내 변화를 줬다. 상무가 된 만큼 옷도 조금 더 격식 있는 스타일로 입었다”라고 답한 그는 “원래 스타트업이라면 무조건 수트만 입지 않지만, 그래도 드라마의 설정상 조금 더 딱 떨어지는 수트를 입고 격식 있게 넥타이도 해봤다”라고 말했다.
달미의 할머니 원덕(김해숙)과의 서사로 시작해 달미를 향한 지고지순한 짝사랑까지 외면할 수 없는 서사가 한지평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김선호의 연기력이 더해져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첫 방송부터 ‘서브 앓이’의 시동을 걸더니, 최종화까지 수많은 시청자의 지지를 받으며 한지평을 완주했다. 한지평이 등장하는 장면이 곧 명장면, 그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명대사가 됐다.
함께 출연한 배우 중 특히 김해숙의 연기에 감탄하면서 “선배님께서는 진짜 원덕이라는 인물 그 자체셨다.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매 순간 행복했고 즐거웠다. 촬영 내내 정말 ‘내가 이 자리에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동스럽고 영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1, 2회 원덕의 대사를 각각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로 꼽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1회에서 원덕이 어린 지평이에게 신발 끈을 묶어주고 나서 ‘성공하면 연락하지 마. 부자 되고 결혼해도 연락하지 마. 잘 먹고 잘살면 연락하지 마. 대신 힘들면 연락해. 저번처럼 비 오는 데 갈 데 하나 없으면 와. 미련곰탱이처럼 맞지 말고 그냥 와’라고 이야기해주는 장면이에요. 지평이로서도, 시청자로서도 가슴이 참 아프면서도 좋았어요. 기억에 남는 대사는 2회 원덕이 달미와 식사하면서 ‘달미야,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마’라고 하는 대사예요. 그러다 15회에 달미가 원덕에게 ‘가을이네, 할머니 보니까 예쁘게 폈어. 코스모스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되게 뭉클했고, 여운이 많이 남았죠.”(인터뷰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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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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