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월반한 이동준X이동경, 친구들 김학범호 울렸다

 

[스포츠월드=고양 김진엽 기자] ‘얘들아 미안해.’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A대표팀으로 월반한 이동준(23·부산아이파크), 이동경(23·울산현대)가 친구들이 뛰는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에 패배를 안겼다.

 

 벤투호와 김학범호는 2-2 무승부를 거뒀던 지난 9일 ‘2020 하나은행컵’ 1차전에 이어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차전 일정을 치렀다. 벤투호는 홈팀 자격으로 두 골을 내준 뒤 무승부를 거뒀던 터라 이날 경기서 반드시 이기거나 2점 이상을 넣고 비겨 승부차기에서 웃는 것이 승리하는 방법이었다. 다행히 월반한 이동준과 이동경이 맹활약해 정규시간 안에 승리와 자존심을 챙길 수 있었다.

 

 ‘형’ 벤투호는 지난 1차전에서 ‘동생’ 김학범호를 만나 고전했다. 선제골을 넣었으나 상대의 높은 전방 압박에 크게 흔들렸고 연속으로 두 골을 실점했다. 경기 종료 직전 이정협이 동점골을 넣으며 최악은 면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에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이동준에 대해서만 “잘했다”는 표현으로 팀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해 더 빛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간에 포지션을 변경하고도 좋은 경기력을 자랑했던 이동경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봤다”고 칭찬했다.

 

 애초 김학범호의 주전 멤버지만 양 팀의 합의 하에 이번 소집에선 벤투호로 월반한 두 선수를 치켜세운 것. 이동준과 이동경의 쓰임새를 1차전을 통해 확실하게 파악한 벤투 감독은 2차전에 제대로 써먹었다. 모두 선발 출격시켰다. 이동준은 측면 자원으로 이동경은 처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역할을 맡겼다.

 

 제 옷을 입고 형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두 선수는 제대로 날았다. 이동준은 특유의 번뜩이는 돌파력과 스피드로 김학범호 측면을 흔들었다. 이동경은 영리한 경기 조율과 감각적인 패스로 꾸준하게 빛났다.

 

 실제 이동경은 전반 5분 만에 골을 넣기도 했다. 김인성의 패스를 받아 득점포를 가동했는데 김인성을 볼을 받는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어 골이 취소되고 말았다.

 

 

 경기 내내 좋은 호흡을 보였던 이들은 후반 10분 선제골을 합작했다. 손준호가 후방에서 넘겨준 롱패스를 이동준이 상대 수비의 실수 및 몸싸움을 영리하게 역이용해 골키퍼와의 단독 찬스까지 만들었다. 이후 오픈 찬스를 맞은 이동경에게 연결, 이동경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승부의 균형을 깼다. 월반한 두 선수가 친구들을 울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월반한 두 자원의 활약 덕에 승기를 잡은 벤투호는 김학범호를 완전히 압도했다. 교체 투입된 이주용이 후반 막판 직전 골키퍼가 골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공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쐐기를 박았다. 경기 종료 직전엔 이영재가 또 한 골을 넣었다.

 

 이미 승패는 기울었지만 ‘동생’ 김학범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벤투호도 또 하나의 득점을 노렸다. 추가 시간 3분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2075명의 관중들에게 추가 골을 선물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이번 청백전은 막을 내렸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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