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이준기 “도현수의 차별점은 지원과 은하의 존재” (인터뷰①)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한 가정의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 백희성, 그리고 메마른 감정으로 살아가던 과거의 비밀을 감춘 도현수. ‘악의 꽃’ 이준기는 두 인물을 동시에 표현하며 시청자의 호평을 얻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인물에서 감정을 깨닫게 된 인물을 표현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지난달 23일 종영한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이준기)과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고밀도 감성 추적극을 그려나갔다.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 사건들 속 각 인물의 밀도 높은 감정선을 촘촘하게 풀어냈고 ‘서스펜스 멜로’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이준기는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며 종영을 체감했다.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그가 느끼는 감정은 다양했다.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한다.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백희성과 도현수. 비밀을 안고 살아가며 두 인물을 동시에 표현해야 했던 이준기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라고 답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신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저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눈 거 같아요.”

 

극 초반, 도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연습했다. 반면 은하 앞에서는 사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영락없는 ‘딸 바보’ 아빠가 됐다. 이준기는 도현수를 감정이 결여된 캐릭터로 표현하면서도 이 지점에 차별을 꾀했다. 바로 지원과 은하의 존재였다. 그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다 지원이라는 인물을 만나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은하가 태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감정들을 학습해 나갔을 거라 생각하고 방향을 잡았다”라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도현수는 오랜 세월을 지나 누나인 도해수(장희진)과 만나 아내인 지원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현수가 느끼는 감정은 사랑, 그 이상이었다. 사랑이라 느끼지 않았지만, 누명을 쓰고 도주하면서 아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도현수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는지 물었다. 

그는 “현수의 뇌는 이미 그러한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변해갔지만, 결정적으로는 소중한 존재를 잃는다는 강렬한 자극을 통해 자신도 변화를 인지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그런 입체적인 모습이 현수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점이라고. 덧붙여 “감정을 느끼는 타이밍이나 상황적 디테일을 세밀하게 계산하며 연기했다. 그런 것들이 모여 현수를 더 입체적인 인물로 보이게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을 하는 장면엔 부담도 느껴졌다. 영화 ‘조커’에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AI를 떠올렸다. “매일 어떠한 목적을 위해 몸가짐을 정비하는 AI의 느낌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세한 느낌도 있을 거 같았다”라고 밝힌 그는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알고 싶어하는 AI의 순수함도 같이 느껴졌으면 했다”라고 고민의 흔적을 전했다. 나아가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된다면 단순히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디테일하게 신경 쓰고 집중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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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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