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 “‘악의 꽃’은 터닝포인트 될 작품” (인터뷰③)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로 데뷔한 지 꼬박 10년 만에 ‘악의 꽃’을 만났다. 시청자에게 ‘배우 서현우’를 각인시킨 ‘악의 꽃’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지난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5.7%, 최고 6.2%(닐슨코리아)로 역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회부터 16회까지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 사건들 속 각 인물의 밀도 높은 감정선을 촘촘하게 풀어냈고 ‘서스펜스 멜로’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악의 꽃’은 배우 서현우에 주목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극 중 서현우는 특종에 눈이 먼 기자 김무진을 연기했다. 자유분방하고 자기중심적인, 가끔은 교활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저널리즘’을 1년 만에 잃고,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 자극적인 사건을 찾아 나선다. 그런 그에게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긴 도현수가 나타나고, 그의 누명을 벗겨내는 데 힘쓰게 된다. 도현수의 누나 도해수와의 특별한 러브라인도 관전 포인트였다.((인터뷰②에 이어)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서현우는 “여태까지 했던 직업이나 역할이 내 나이보다 훨씬 높았다. 드디어 내 나잇대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됐다”라고 희망에 찬 발언을 해 웃음을 안겼다. 이와 관련해 묻자 서현우는 “내가 정말 (내 또래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들 만큼 20대부터 내 나이보다 20살 많은 역할을 했다”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또래의 의상을 입어 행복했고, 또래의 머리 스타일을 하고, 또래의 상대 배우와 호흡할 수 있어 “모든 게 행복했다”라고 고백했다. 

 

“스스로 나에 대해 발견을 했어요.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내가 느끼는 그대로 연기해도 된다는 게 즐겁더라고요. ‘남산의 부장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굉장한 무게감이 있는 역할이라 고민하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반면 ‘악의 꽃’은 딱 제가 느끼는 감성 그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죠.”

 

‘또래’라는 새로움. 외에도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 특히 그랬다.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배우 서현우를 중간 점검할 수 있는, 결산의 의미였다. 그는 “그동안 단역도 하고 연극, 영화를 경험하며 공부하고 습득해왔던 노하우를 김무진을 통해 망설임 없이 투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도 그의 노력에 화답했다. 애칭과 수식어까지 탄생할 정도로 김무진에 열광했다. 서현우는 “그만큼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의미 같아서 다행스럽고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배우로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차곡차곡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그에게 연기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항상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하며 나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라고 답했다. 연기를 시작하고 배울 땐 습득하기에 바빴다면, 배우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다 보니 ‘나로서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누군가를 흉내 내기 보다 ‘서현우’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자 마음먹었다. 점차 자신에 대해 알게 됐고,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타인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알아가고,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과정이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의미를 찾았다.

‘악의 꽃’으로 가벼운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여기에 멜로의 아쉬움을 더해 “이참에 로맨틱 코미디를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라면서 이내 “하도 맞고 다니기만 해서 센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제압해보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가 아니어도 재밌어서 보게 된다”는 지인들의 반응이 그를 더 기분 좋게 했다. 작품을 향한 호평은 시청자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를 통해서도 귀에 들어왔다. 작품을 통해 알고 지낸 영화 관계자들이 ‘악의 꽃’을 보고 반가운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며 “너무 뿌듯했다.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는 말이 너무 좋더라”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어린 조카가 감금된 김무진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우리 삼촌 살려내”라고 눈물을 보였다는 그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행복했다”라고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악의 꽃’은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그는 고민하지 않고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답했다. 첫 주연작이자 큰 역할을 맡은 작품이었다. 묘하게 ‘10년’을 맞이해 맡은 작품으로 그동안의 연기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지 고민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배우 데뷔 10년 차에 ‘악의 꽃’을 만났다. 그에게 ‘악의 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지난 10년간 왜 조급하지 않았겠나. 조급함과 여유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악의 꽃’을 통해 여유를 배웠다”라고 운을 뗀 그는 “여유 있게 바라보고, 접근하고 싶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지난 10년 중에, 가장 여유롭게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악의 꽃’도 9일가량 촬영을 중단해야만 했던 시간을 보냈기에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더욱 체감하고 있는 그다. “촬영이 중단되고 나서는 재개될지도 불투명했다. 마무리할 수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어쩌나 다들 울컥했었다. 공포감이 오더라”라고 돌아봤다. 

 

“특수한 상황에 놓여, 의료진분들도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다들 안전하게, 힘내고 완치하셨으면 좋겠어요. ‘악의 꽃’이 힘들게 촬영 마무리 지은 상황이라 공감이 많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악의 꽃’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더 의미가 커요. ‘악의 꽃’을 통해 잠시나마 즐겁고 위로가 되셨다면 너무 다행이고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정주행하시면서 위로받으시길 바라고, 김무진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