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8년 후, 박희상 감독과 드림식스 선수들이 만났다

[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8년 후, 그 시절 감독과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여름. 박희상 송산고 감독의 핸드폰이 울렸다. “감독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시간 한 번 내주십시오.” 드림식스 시절 지도했던 한 선수의 전화였다. 7월 말 경기도 광교. 박희상 전 드림식스 감독과 선수 7명이 마주 앉았다.

 

이야기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8월 6일. 드림식스 선수단은 한국배구연맹(KOVO)을 찾았다. 박 감독과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박 감독은 머지않아 사퇴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트라우마가 남았다. 배구인으로서 쌓아온 커리어와 자부심에 금이 갔다. 상처가 컸다.

 

긴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났다. 못다 한 마음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선수들은 “그 당시 여러 사정, 환경상 힘들었던 부분을 미처 다 알지 못했다. 알았더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이 짐을 나눴어야 하는데 잘못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 감독은 “모기업이 있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라고 정리했다. 드림식스는 2010~2011시즌까지 우리캐피탈과 함께했다. 2011년 9월 전북은행이 우리캐피탈을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배구단 운영은 포기했다. 드림식스는 배구연맹 관리하에 힘겹게 V리그에 참가했다. 선수단에 풍족한 지원과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박 감독은 “당시 우리 선수들은 너무 배고팠다. 인수기업을 찾기 위해선 성적부터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더 강하게 다그쳤다. 다독이고 감싸 안는 등 다른 접근법도 필요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는 운동에만 집중해야 하지 않나. 모든 상황을 전부 말할 순 없었다. 열심히 훈련하고 승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라 생각했다”며 “지도자로서 내가 부족했다. 선수들을 더 도와줬어야 하는데 꿈을 이뤄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했다.

 

정당 가입 권유에 관해서도 바로잡았다. 선수단과 식당에 갔다가 우연히 모 의원을 마주쳤다. 선수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 박 감독은 인수기업 관련 도움을 청했다. 그는 “후원금만 소액으로 전하려 했다. 이마저도 조심스러워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전체 19명 중 7명만 한 이유”라며 “당 가입을 요구했다는 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선수들이 낸 후원금도 얼마 뒤 돌려줬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눈 뒤 서로를 토닥였다. 박 감독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선수들을 못 만날 것 같다. 정말 좋은 친구들이었다”며 “아이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 모두 어른들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선수들도 마음의 짐이 있었을 것이다. 죄책감을 다 덜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남은 목표는 프로팀 지도자로 다시 한 번 도전해 오점을 지우는 것이다. 박 감독은 “해설위원, 코치 등을 지내며 경험이 쌓이고 시야도 넓어졌다. 전 세계 남녀배구 영상도 찾아봤다. 지도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더라”며 “단순히 훈련량만 늘리는 시대는 지났다. 효과적으로 결과를 내는 방법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했다. 계속해서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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