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광주 전영민 기자] 고질적인 허리와 골반 부상을 안고 있는 포수 장성우(30·KT)는 전력질주가 어렵다. 그래서 평범한 선수라면 내야 안타로 세이프 판정을 받아도 장성우는 1루에서 아웃이 된다. 애초부터 장성우에게 속도를 바라는 것은 무리수. 포수로서 체력 소모가 심한 탓에 코칭스태프도 왠만하면 전력질주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장성우의 진가는 어디서든 통한다는 것. 장성우는 KT에서 와이파이 같은 남자다.
장성우가 위치한 곳은 안방. 전파는 외야까지 통한다. ‘포수는 야전사령관’이라는 표현처럼 장성우의 손짓 하나에 모두가 발을 움직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 리드. 수년간 쌓아온 경험과 결과로 투수들의 신망이 두텁다. 토종 에이스 배제성은 “상대 타자 유형과 볼 배합 등 전력분석은 성우 형의 분석을 토대로 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더그아웃에서 코칭스태프가 보내는 볼 배합 사인 대신 장성우는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판단한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자체 판단도 항상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지난 28일 무척 습한 날씨에 선발 등판한 배제성이 호흡에 어려움을 겪자 곧장 마운드를 방문한 것도 장성우의 자체 판단이었다. 장성우가 너무 더그아웃을 쳐다보지 않아 우려하던 이강철 감독도 이제는 ‘알아서 잘하니까’라고 확신할 정도.
타석에서도 버퍼링이 없다. 29일까지 장성우가 적립한 타점은 42개.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NC 양의지와 LG 유강남(44개)에 이은 3위다. 팀 내에서도 멜 로하스 주니어(63개) 다음. 득점권 타율도 3할3푼으로 유강남과 양의지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마스크를 착용쓰고 468⅓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배트는 꾸준히 돌아간 것. 올스타급이라는 KT 타선이 배정대-로하스-강백호-유한준으로 이어진다면 마지막 방점은 장성우다.
팀 내 넘버4 역할도 충실하다. 주장 유한준과 부주장 박경수 등 최고참과 막내급 선수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건 장성우와 황재균이다. 이강철 감독과 고참들의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도 장성우의 몫이다. 때로는 군기반장 선배로서 때로는 고충에 공감하는 형으로서 변모해 강백호, 심우준, 배정대, 김민혁 등이 기댈 수 있는 받침대가 되기도 한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사회에서 느림은 극악이라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적정한 속도로 꾸준하다면 어떨까. KT 선수단 어디에서든 터지는 장성우를 보면 답이 나온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사진설명: KT의 타격, 수비, 소통은 장성우라는 와이파이로 통한다. 사진은 장성우가 배제성과 대화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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