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김대우(36·롯데)는 과거의 김대우를 뛰어넘고 있다.
3698일. 김대우가 다시 선발 기회를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선발자원인 노경은이 훈련 도중 손목 부상을 당하면서 급하게 준비하게 됐다. 사실상 첫 번째 투수에 가까웠다. 벤치는 2~3이닝 정도를 내다봤다.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품고 바라봤을 무대. 김대우는 묵직하게 제 공을 던졌다.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6월의 마지막 경기, 그것도 선두 NC와의 치열한 승부를 환한 웃음으로 마칠 수 있었던 출발점이었다.
지난 아픈 기억마저도 스스로 극복하려는 듯하다. 2009년 4월 25일 LG전. 김대우의 1군 무대 데뷔전이었다. 당시 김대우는 선발투수로 나서 1⅔이닝 5실점(5자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뿐만 아니라 5타자 연속 볼넷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까지 떠안았다. 이듬해 선발로 두 경기 더 나섰으나 각각 3이닝 5실점, 2⅔이닝 7실점에 그쳤다. 트라우마가 됐을 지도 모르는 선발이라는 두 글자였지만 김대우는 의연했다. 오히려 “크게 긴장되진 않았다. 감독님과 고참 동료들이 0-5로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던지라고 조언해준 덕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여곡절하면 김대우 역시 빠지지 않는다. 그간의 야구인생은 가시밭길에 가까웠다. 광주일고 시절 초고교릅 투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고대하던 미국행이 좌절됐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대만리그까지 고민하다 2008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어렵게 프로무대에 섰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설상가상 어깨 통증과도 싸워야 했다. 2001년 타자로 전향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순탄하지 않았고, 2017년 다시 투수 글러브를 꼈다.
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 은퇴까지 떠올렸던 김대우는 올 시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6월 30일 기준 15경기에서 18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의 통산 성적(9경기 12⅔이닝 3패 평균자책점 15.63)을 뛰어넘는 수치다. 심지어 6월 나선 8경기에선 10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84라는 놀라운 성적을 작성 중이다. 김대우는 “시즌 초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많이 내려놓은 상태라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람은 명확하다. 김대우는 “항상 팀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남은 시즌 지금처럼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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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김대우가 올 시즌을 자신의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역투 하는 김대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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