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보류권 혹은 LG

페게로

[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LG는 입장을 바꿨고, 보류권은 두 얼굴을 드러냈다.

 

LG의 전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의 보류권이 이슈다. 페게로는 지난해 토미 조셉의 대체선수로 KBO리그를 밟았다.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9홈런 44타점을 기록했다. 주 포지션은 외야수이나 팀 사정상 1루수로 뛰었다. 최근 대체외인을 찾던 키움의 눈에 띄었다. 테일러 모터를 방출한 키움은 영입 후보 중 한 명으로 그를 검토했다. 보류권을 가진 LG가 놓아주지 않자 구체적인 협상 단계로 나아가진 않았다. 일찍이 손을 뗐다.

 

쟁점은 LG의 입장 변화다. 차명석 LG 단장은 “페게로를 필요로하는 팀이 있다면 보내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과거 헨리 소사가 SK에 갈 수 있도록 조처를 해준 것처럼 선수가 새 둥지를 찾게끔 돕는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다시 권리를 유지하겠다고 자세를 바꿨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과 현 외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의 부상이다. 두 상황이 맞물렸다. 맹활약하던 라모스는 지난 12일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LG는 최근 수차례 외인 타자의 부상 및 부진에 울었다. 돌다리도 몇 번은 더 두들겨 보고 건너야 했다. 라모스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뒀다. 코로나19 때문에 새 외인을 구하기 쉽지 않아 페게로를 1순위 후보로 점찍었다. 차 단장은 일련의 상황을 키움과 페게로 측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제도 자체의 맹점도 짚어봐야 한다. 보류권은 KBO가 규정하는 권리다. 여러 팀이 행사해왔다. 다만 과거에는 구단이 보류권 행사 시 선수에게 해당 연도 계약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금액의 최소 75%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서면상의 제의를 포함해야 했다. 이 항목은 구단과 선수 간 원활한 계약 성사를 위해 삭제됐다. 현행 규정상 구단은 구체적인 오퍼를 하지 않아도 재계약 의사만 밝히면 권리를 갖는다. 계약하지 않더라도 보류권은 5년간 유지된다. 이번 사례처럼 의도가 어찌 됐건 선수의 발을 묶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 근본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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