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2000만 달러가 515만 달러로.’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연봉이 크게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ESPN, 디 애슬레틱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연봉 삭감안을 공개했다. 선수별 연봉에 따른 ‘차등 삭감’을 골자로 한다. 고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일수록 연봉 삭감 폭이 크다. 반면 적게 받는 선수들의 연봉은 상대적으로 보전되는 방식이다. USA투데이는 “고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50%를 넘어 최대 75%까지 연봉이 삭감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체 얼마나 깎이는 것일까. ESPN의 제프 파산에 의하면 2020시즌(정상 개막 기준) 3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예정이었던 선수는 784만 달러를 받게 된다. 3000만 달러를 받는 선수들은 695만 달러를, 2500만 달러의 선수들은 605만 달러를 받게 된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매년 2000만 달러)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사무국의 제시안을 적용하면 515만 달러까지 줄어든다. 기존 연봉에 4분의 3이 날아가는 셈이다.
MLB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조금씩 기지개를 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연봉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지난 3월 한 차례 연봉 조정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선수들은 선급금 1억7000만 달러를 나눠받고 이후 정규리그가 시작되면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받기로 했다. MLB 사무국이 제시한 7월 개막안에는 팀당 82경기를 치르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연봉의 절반가량이 줄어든다. 사무국은 개막을 하더라도 무관중 경기로 치르게 된 경우 입장료 관련 수입 등이 사라지는 점을 고려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상대로 선수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뉴욕 포스트의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 조엘 셔먼은 “MLB 선수노조가 연봉 추가 삭감안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고액 연봉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부정적 의견을 표하는 목소리가 크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좌완 투수 브렛 앤더슨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가장 상품성이 높은 선수를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있는 흥미로운 계획”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협상 마감 시한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MLB 사무국의 제안대로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이 있는 주에 팡파르를 터트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6월 초까지는 연봉 지급안과 코로나19 매뉴얼을 완성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USA 투데이는 “3주간 스프링캠프를 하고 7월초에 시즌을 시작하려면 6월6일까지는 합의를 이뤄야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날짜를 명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분할 납부 등의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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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이 제시한 추가 연봉 삭감안에 대해 선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류현진의 연봉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사진은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류현진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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