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강정호(33)가 ‘모럴 헤저드(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여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상태나 행위)’를 드러내며 KBO리그 복귀를 시도한다. KBO는 지난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KBO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으로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리면서 복귀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뜻대로 쉽게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추하는 기업 이미지를 감수하고도 영입하려는 구단이 나타날지 의문이다.
음주운전 3회에 뺑소니 사고까지 ‘삼진아웃제’를 적용받으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강정호는 소속팀과 계약을 맺고 1년간 300시간의 봉사활동을 진행하면 KBO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복귀 시 소유권이 있는 키움 히어로즈와 논의해 임의탈퇴 해제 후 계약을 맺거나, 방출을 결정하는 두 가지 길에 놓인다. 만약 키움이 방출을 결정한다면, 새 구단을 찾아 협상하고 계약을 하면 그 시점부터 징계가 발효된다. 결과적으로 빠르면 2021시즌 복귀도 가능하다.
이번 징계는 법률적 접근에 따라 소급 적용하지 못하면서 경징계로 끝났다. 그렇다고 해서 강정호의 잘못이 경미한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 3회라는 사실에 근거한 잘못도 있지만, 자신의 복귀를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는 3가지 흔적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괘씸죄가 더 크다.
첫 번째로 강정호는 뒤로 숨은 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직접 나서서 사과한 적이 없다. 2016년 음주운전 사고 발생 당시에도 에이전트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 전부이다.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로 복귀했을 때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고,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뛸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중 앞에 직접 나서서 용서를 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뒤로 숨은 채 법률대리인을 통해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했다. 상벌위에서 반성문을 제출할 때도 자필 반성문이 아니라 ‘자필 사인’ 반성문이었다. 특히나 상벌위가 끝나고 마치 경미한 징계로 끝나리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순서가 바뀌었다. 진정으로 반성했다면, 대중 앞에 나타나 용서를 먼저 구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다음 징계를 기다렸어야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일련의 과정에서 모두 추이를 지켜보고, 그다음 행동으로 옮겼다.
두 번째, 강정호는 규정의 허점을 노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18년 음주운전 징계와 관련해 ‘야구 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 규정’을 강화했다.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적발된 선수는 최소 3년의 유기 실격 처분을 받는다는 것이 골자이다. 다만 강정호는 지난 2009년, 2011년, 2016년에 음주운전을 저질렀기 때문에 ‘법률적 접근’에 따라 2018년 강화한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 이미 상벌위가 열리기 전부터 경징계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KBO도 난감했다. 여론의 반응이나 사안 중대함을 알기 때문에 끝까지 고심했으나, 법률적으로 소급 적용의 어려움을 결국 무시할 수 없었다. 강정호는 이 부분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까. 개인 또는 KBO 복귀 시 소유권을 지닌 키움과 상의해 임의탈퇴 해제를 신청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선임해 진행한 부분의 의구심이 생긴다. 왜 변호사를 통해, 그것도 야구판에 잔뼈가 굵은 법률대리인을 고용했는지 알 수 없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미 강정호 측에서 KBO 상벌위가 규정 소급 적용을 통해 중징계를 내렸을 때 소급 적용 부분을 법률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퍼졌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KBO리그와 키움 구단을 모두 무시했다. 우선 KBO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무관중 경기 시대를 맞으면서 외롭게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다. 강정호가 진정 KBO리그를 생각했다면, 올 시즌 직후에 움직였어야 했다. 시즌 도중에 논란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복귀를 시도했다. 실제 KBO리그는 지난 한 주 강정호의 이야기로 도배가 됐다.
키움도 마찬가지다. 강정호가 징계를 받았다는 뜻은, 즉 소속팀에도 책임이 있다는 뜻과 같다. 실제 KBO는 키움에 대한 징계 여부를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정호는 키움과 단 한마디라도 상의를 해야 했다. 임의탈퇴 해제 신청과 관련해 법률대리인을 고용하더라도, 키움에는 한 마디라도 언질을 줬어야 한다. 키움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아무것도 모른 채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러한 이유로 강정호를 영입하겠다는 구단이 나타날지 의문이다. 구단은 물론 모기업 이미지가 추락한다. 도덕적 해이를 눈감아주고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구단 또는 기업으로 낙인 찍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선뜻 영입에 나서는 구단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영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행동으로 손가락질받을 것”이리고 설명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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