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왕기춘(32)에게 자비란 없어야 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왕기춘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에서 운영 중인 자신의 유도 체육관에서 만난 상대에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고소장이 접수되자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확보한 증거와 사안의 심각성,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지난 1일 그를 구속했다. 추가 수사 후 다음 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왕기춘이 구설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현역 시절이던 지난 2009년 경기도 용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2013년에는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중 몰래 반입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영창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안이 훨씬 중대하다. 성범죄인 데다 대상이 미성년자다. 죄질 자체가 나쁘다. 기존 전력들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혐의가 입증되면 자비 없이 무겁게 심판해야 한다.

 

유도계 역시 또 한 번 술렁였다. 이미 지난해 1월 비슷한 일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이 미성년자였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대한유도회는 해당 코치에게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완전히 박탈하는 영구 제명과 삭단(유도 단급 삭제) 징계를 내렸다. 이후 약 1년 만에 불미스러운 일에 부딪혔다. 왕기춘 사건으로 유도계는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었다.

 

대한유도회는 이르면 다음 주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스포츠공정위 정관에서는 징계 당사자에게 공적이 있는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사유가 성폭행이면 징계 감경·사면·복권 대상에서 전부 제외된다. 수위는 앞선 사례와 비슷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스포츠 미투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적용될 수 있다. 성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 또는 벌금형 등을 받은 사람은 체육지도자 자격을 박탈당하고 최대 20년간 재취득도 금지된다. 더불어 올림픽 등에서 입상해 받던 연금 지급도 중단된다. 체육연금 지급 대상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연금 수령 자격을 잃는다. 왕기춘이 나락으로 떨어지려 한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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