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언제적 배치기야?’… 배치기 “인정하는 우리 모습 싫었어요”

 

[스포츠월드=김대한 기자] 힙합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 묵묵히 기반을 다져놓은 ‘아재 래퍼’들이 있다. 엠넷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이하 너힙아)’에서는 평균나이 41.3세 국내 힙합 레전드 ‘아재 래퍼’들의 꺼지지 않는 열정을 선사하며 힙합 팬들의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소환했다. ‘두마리’, ‘눈물샤워’ 등 숱한 히트곡을 남겼지만, 언젠가부터 기억 속에서 멀어진 배치기(무웅·탁)는 ‘너힙아’를 통해 가장 ‘현역’ 다운 모습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비즈앤스포츠월드는 배치기를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배치기, 무엇을 얻기 위해 ‘너힙아’에 출연했나.

 

배치기는 ‘너힙아’ 출연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출연진 중 가장 트랜디하다는 평가를 얻으며 ‘현역’다운 모습을 마구 뽐냈다. 탁은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떠나 출연한 형님들과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고, 추억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배치기는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너힙아’ 출연을 처음부터 달가워한 건 아녔다. 무웅은 “방송이 이제 하고 싶지 않았다. 소모품이 되는 것 같은 시스템이 싫었다. 아쉬운 대접 받으면서 하고 싶지 않았다”며 “스트레스가 컸다. 하게 되면 기대하는 마음이 괜히 생긴다. 새롭게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실망을 하게 됐을 때 힘들어지는 상황이 싫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탁은 “가족들에게 티비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전부였다. 정말 부모님들 보시라고 했다(웃음)”고 덧붙였다.

 

배치기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는’에 ‘배치기입니다’고 화답하는 게 시그니처. 배치기는 ‘너힙아’에서 고등학생 관객에게 시도했지만, 무반응을 얻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탁은 “음악을 원래 알 던 분들한테 불러주는 것보다 아예 모르는 이름을 처음 들어주는 재미를 느껴봤다. 10대들을 노린 건 아닌 데 정말 재밌었다. 어리둥절한 반응이 환호해주는 거 만큼 즐거울 때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너힙아’는 기대만큼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지 못했다. 무웅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추억이 있는 특정 타겟층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추억에 손을 대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들춰내서 내 추억을 망가뜨리지 말라는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욕심 버린’ 배치기, 변화된 삶.

 

데뷔 15주년을 맞은 배치기다. 긴 세월만큼 많은 풍파도 겪었다. 음악을 그만둘까 생각할 만큼 힘들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평화를 찾았다. 탁은 “처음엔 가요 힙합이라는 이유로 디스를 많이 받았다. ‘그건 힙합 아니야’라는 말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신경을 잘 안 쓴다. 그저 좋아해 주시는 분들 믿고, 음악을 했다”고 설명했다.

 

무웅은 “자만했던 시기가 있었다. ‘눈물샤워’ 이후 5년간 흘려보낸 시간이 정말 아깝다. 그때 더 잘하려고 하지 못했던 것 같아 후회된다. 예전에는 아등바등 살았다. ‘눈물샤워’ 이후 지키기 위해서 욕심이 머리끝까지 차있었다. ‘이 자리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어떻게 왔는데’ ‘명반을 만들 거야’ 등 스스로를 엄청 힘들게 했다. 그만큼 음악이 즐겁지 않았다”고 했다.

 

또 무웅은 ”작년에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10월, 싱글을 낼 때 계속 욕심이 사그라지지를 않으니까 내가 이걸 계속해서 이 만족을 채우지 못할 거면 그만 좀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탁은 “‘이제 해서 뭐하나’싶기도 했다. ‘배치기가 언제적 배치기야’라는 글들이 스스로 인정이 되는 게 싫었다. 당시에는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어쩌라고’ 반박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비워 내려 한다. 이 프로그램 들어갔을 때도 ‘절대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저 가족이 좋아하는 거로 만족하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배치기의 현재 진단, 그리고 다음 스텝.

 

시대가 많이 흘렀다. 힙합 역시 빠르게 변화 중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무웅은 “힙합은 가장 최신의 것이 맞는 것 같다. 옛날에 활동했던 래퍼라고 해서 영 래퍼들이 무조건 리스펙하지 않는다. 태도에서 느껴진다.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존중하지 않는다. 이런 것을 못 받아들이면 그만해야 하는거다”고 했다. 이어 탁은 “주제에 대한 것들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거나, 앨범을 들으면 인생을 이야기했다”며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플렉스’ 문화 좋아한다. 창모, 릴타치 등 잘하는 영 래퍼들이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다음 목표는 역시 음원 발표다. 배치기는 일명 ‘월간 배치기’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공격적으로 작업물을 발표할 예정이다. 탁은 “5월에서 말 사이가 될 것 같다. 준비는 완료된 상태다. 5∼12월까지 이어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무웅은 “예전 같았으면 머리를 싸매고 초연해졌다. 멜론에서 좋아요가 많이 안 찍히면 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아요 100개만 있어도 누군가 듣고 있다는 것이기에 그거에도 감사한 것 같다”고 미소를 띠었다.

 

끝으로 탁은 “곧 나올 노래는 ‘안녕 기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음악을 이제 관둬야겠다 생각했을 때 심경을 담은 곡이다. 내년 초에는 정규를 내는 게 목표다. 많이 기대해주시고 유튜브 채널 ‘배치기 367’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라며 미소를 띠었다.

 

kimkorea@sportsworldi.com

사진=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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