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멈춰선 구단 버스…“그래도 시즌 준비 한창이에요”

[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시즌 준비가 한창이에요.”

 

 프로야구 KT위즈 1호차 버스를 모는 노기준 씨는 매일 늦은 밤에 운전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홈경기를 마치고 다음 날 원정경기가 있는 경우에는 적막한 새벽 고속도로를 달렸다. 과속은 절대 금지고 규정 속도로만 부지런히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새벽녘에 도착해 선수들이 짐을 내리고 숙소로 들어가면 노 씨도 그때부터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까지 밤에 운전대를 잡은 일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노 씨의 1호차 버스가 멈췄다. 프로야구는 올해 시범경기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변하지 않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 사장단은 이사회를 열고 정규시즌 개막도 미뤘다.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한 상태인데 명확한 재개 시점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각 팀들은 연습경기도 자제해달라는 권고에 따라 홈구장에서만 자체 청백전을 실시하고 있다. KT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팬 페스티벌을 잠정 연기했다. 선수단의 장거리나 대규모 이동 자체가 없으니 1호차 버스도 움직일 일이 없다.

 

 노 씨는 재택근무 중이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시 근무 지침에 따라 KT 구단 직원들의 근무가 세분화되었는데 노 씨도 포함이다.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차량 점검을 위해 구장에 출근하는 날도 있다. 운행은 하지 않아도 차량의 상태를 꾸준히 확인해야 혹시 모를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노 씨는 “한 번씩 정기적으로 차량 점검을 위해 구장에 출근하기도 한다”며 “운영팀 매니저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고 말했다.

 

 치어리더나 장내 아나운서와 달리 버스기사는 따로 부업을 할 수도 없다. 홈이나 원정에 관계없이 선수단과 똑같은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빼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프리랜서가 아닌 구단과의 계약이기 때문에 업무 규율에도 어긋난다. 노 씨는 “구단 버스 기사들은 겨울에만 쉬기 때문에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선수단과 같은 패턴이다. 쉴 수 있는 기간에만 쉬고, 나머지는 모두 시즌에 임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노 씨는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약 1만 2000~5000㎞를 운행한다. 원정 경기 일정이 복잡해 운행 코스가 긴 시즌에는 주행거리가 총 2만㎞에 달한다. 그런데 부지런히 달려야 할 노 씨의 1호차 버스는 한 달째 수원KT위즈파크에 멈춰 서있다. 노 씨는 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운전대를 잡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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