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고양 전영민 기자] 이렇게까지 안 풀릴 수도 있을까.
한쪽 코너에서만 공을 돌리더니 자발적으로 빈 공간을 없앤다. 상대 빈틈이 아니라 상대 수비가 몰려 있는 곳으로 간다. 돌파와 패스는 모두 실책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열린 오픈 찬스에서도 슈팅은 모두 골대를 외면한다. 슛을 던질 수 있는 자원마저 어깨를 움켜잡고 이탈했다. 모기업인 오리온에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단체 관람한 경기에서 오리온은 이렇게 패했다.
오리온은 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KBL 프로농구’ LG와 홈경기에서 76-64(15-20 12-22 16-15 21-19)으로 패했다. 꼴찌 결정전에서 1패를 떠안은 오리온은 10승21패를 기록, 단독 꼴찌로 내려앉았다. 9위로 올라선 LG(11승20패)는 8위 삼성(13승18패)와의 격차를 1게임차로 좁혔다.
무기력했다. 오리온은 아무런 전략도 성공하지 못했다. 공이 골밑에 있는 이승현에게만 몰렸다. 임종일과 최승욱이 외곽에서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도, 장재석과 사보비치, 유터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고도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반을 마친 시점에 오리온의 득점은 27점이었다. 3쿼터부터 LG의 집중력이 떨어진 사이 조금씩 공간이 열렸는데 오리온의 슛감이 최악이었다. 이날 오리온의 야투 성공률은 38%(24/63)에 그쳤다.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다.
실책도 11개나 더해졌다. 오리온 공격의 패턴이 모두 실책으로 이어지자 선수들이 슛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공간을 잘 만들어놓고도 슛을 던지지 않았다. 겨우 만든 기회를 실책으로 망치니 빌드업 자체도 쉽지 않았다. 돌파를 하면 그대로 다시 외곽으로 빠져나오면서 공 소유권을 잃었다. 외곽에서 공을 돌리던 중 아무도 없는 곳으로 공을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책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지자 선수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한호빈은 고개를 숙였고 임종일과 최진수도 고개를 숙였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돌아올 선수들은 모두 돌아왔다. 수개월을 재활에 메달린 한호빈이 신호탄을 쐈다. 부상으로 빠졌던 슈터 허일영도 지난 경기부터 실전을 소화하고 있다.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는 두 명 모두 교체했다. 더 이상 돌아올 자원도, 바꿀 외인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 라인업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오리온이 막다른 길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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