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기자] 야구에선 ‘테이블 세터(Table Setter)’라는 단어가 있다. 공격의 선발대 역할을 하는 타자들을 의미하는 데 주로 1, 2번 타자가 그 역할을 맡는다. 후속 타자가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진루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해 밥상을 잘 차리는 선수다.
경륜에서 ‘테이블 세터’는 선행형 선수다. 추입 선수를 향한 일종의 환상을 가진 경륜팬들이 많다. 계속 뒤처져 있다가 경주 종반 큰 힘을 발휘해 역전승을 일궈내는 모습에서 경륜 특유의 매력과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항상 테이블 세터인 선행형 선수들이 있다. 배당을 노리는 경륜팬일수록선행형을 중점 연구한다. 일단 앞서나간다는 자체가 유리한 것이며, 추입형들이 추입 타이밍을 놓치거나 진로가 막히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행형이 누구냐에 따라 득점 높은 추입형 혹은 연대에 의한 추입형의 입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어, 기본적인 베팅 원칙은 선행형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경주 흐름상 선행형을 중심으로 입상 경쟁 선수들이 세 명으로 좁혀지는 경주가 다수다. 최근 편성의 특징으로 과거엔 단방 경주권으로 해답을 찾았지만 최근 경합 흐름 상 적게는 두 가지 경주권, 많게는 세 가지 경주권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추세다.
올 시즌 하반기를 살펴보자. 독립대진 금요경주는 선발급 3개 경주, 우수급 2∼3경주, 특선급 1개 경주가 혼전이다. 토요경주는 예선으로 축 위주의 안정적인 편성 속에 일요경주는 등급별 혼전 결승을 제외하고 2∼3개 경주가 혼전이 이어지면서 팬들은 흥미롭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특정 선수의 선행 스타일이 경주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이스 추리의 절반은 바로 선행형 선수를 가려내는 작업이 차지한다. 간단한 작업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등급별 대표적인 ‘테이블 세터’는 누구일까. 먼저 특선급은 강호를 시작으로 공태민, 김관희, 김민준, 박병하등이 대표적이다. 우수급은 곽훈신, 권정국, 김민배 김병선 등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발급은 강병석, 강형묵, 권영하, 김성용 등이 돋보인다.
선행형 선수들이 차려 놓은 밥상은 인근 지역 연합세력 선수들이 포식한다. 특히 종종 보이는 연대 경주에서 호성적을 내려면 선행형 선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연대별로 선행형 선수를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박정우 경륜위너스 예상부장은 “강력한 선행형 한 명은 열 명의 추입형 선수도 부럽지 않다. 확실하게 앞에서 경주를 끌고 갈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라도 연대 협공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며 선행형 선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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