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말 그대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엑스원(X1)이다.
엠넷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이 배출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이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겉고 있다. 한창 데뷔의 기쁨을 만끽할 순간에 ‘조작돌’이란 오명을 쓰며 웃고 싶어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엑스원은 지난 27일 데뷔 쇼콘(쇼케이스+콘서트)를 열고 데뷔앨범 ‘비상: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발표했다. 국내 최대 공연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1만 8000여 팬들의 축하를 받으며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듯했다. 하지만 엑스원에겐 비상(飛上)이 아닌 비상(非常)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데뷔의 시작을 알린 데뷔 쇼콘 기자회견부터 조작 의혹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급기야 첫 주 지상파 음악방송 출연이 불발되는 등 활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로듀스’ 시리즈 선배였던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아이즈원, 보이그룹 워너원의 경우 데뷔와 동시 수많은 광고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조작 의혹 여파인지 엑스원은 광고는 물론 화보, 협찬 등이 제로 수준에 가깝다. 심지어 CJ ENM의 계열사 브랜드에서도 엑스원을 향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계 관계자는 스포츠월드에 “엑스원의 화제성과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지만, 조작 의혹도 무시할 수 없다. 위험 요소를 감내하면서까지 광고와 협찬을 할 수 없기에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광고계 관계자도 “부정 이슈가 강해 쉽사리 광고, 협찬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결국 CJ ENM의 데뷔 강행으로 엑스원은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 심지어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조작돌’, ‘엑셀원’ 등 온갖 조롱을 당하며 떳떳하지 못한 데뷔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이는 CJ ENM과 ‘프듀X’ 제작진의 무책임하고 무식한 데뷔 강행으로 벌어진 참사다. ‘프듀X’는 최종 데뷔조인 엑스원 선발을 두고 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달 19일 방송된 파이널 생방송 경연에서 최종 데뷔조 멤버 확정에 큰 영향을 주는 유료 문자 투표가 진행됐고, 이후 순위별 표 차이가 일정한 숫자로 반복된다는 지적이 일었다.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수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거센 논란에도 엠넷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5일만에 오류를 인정했다. 하지만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거센 비난을 자처했다. 팬들은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작진과 소속사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프듀X’ 제작진의 휴대전화에서 조작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녹음 파일을 입수했고, 제작진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런데도 CJ ENM은 엑스원의 데뷔를 강행했고, 데뷔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론적으로 ‘프듀X’ 투표 조작으로 인해 데뷔 꿈이 좌절된 연습생도, 등 떠밀려 데뷔하게 된 엑스원도 모두 피해자인 셈. 그중에서도 조작 의혹을 감추기 위해 엑스원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CJ ENM의 무책임한 처사는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다. 죄가 없는 엑스원 멤버들을 죄인처럼 만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CJ ENM과 제작진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엑스원 뒤에 꽁꽁 숨어 해명 한 마디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연예계 관계자는 “조작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된 뒤에 데뷔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데뷔 강행으로 인해 엑스원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조작 의혹에 대한 화살을 피하기 위해 엑스원과 팬들을 방패막이라고 사용한 것과 다름없다. 아무 잘못도 없는 엑스원의 꿈을 스스로 짓밟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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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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