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B다이어리] 실책? 주루미스?… 롯데의 최악 ‘동료애 결여’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실책, 할 수도 있다. 주루 미스, 아무 생각이 없으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동료애는 다르다. 롯데가 29일 고척 키움전에서 보여준 ‘동료애 결여’ 장면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팀 스포츠인 야구에 동료애가 없다면 무엇을 위해 뛰는 것일까.

 

롯데는 29일 고척 키움전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선발 투수 장시환이 5⅔이닝 동안 삼진 7개를 곁들이며 5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야수진은 실책 2개에 보이지 않는 실수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실점했고, 타선에서는 안일한 주루 플레이로 1득점도 거두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이날 수비진은 허둥지둥 그 자체였다. 이날 콜업된 2루수 전병우는 평범한 바가지성 타구를 놓쳐 타자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외야수 손아섭은 평범한 안타를 포구하지 못했고, 내야진의 어설픈 중계 플레이로 1루 주자 키움 박동원이 홈까지 밟았다. 박동원의 걸음을 고려하면 수비진 집중력 결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드러난 실책 외에도 보이지 않는 실수가 여러 차례 나왔다.

타선에서도 실소가 터져 나왔다. 5회초 1사 2, 3루에서 전병우의 2루 방면 땅볼 때 3루 주자 이대호가 홈으로 파고들다 아웃당했다. 뛰지 않아도 무상한 상황이었고, 타구도 깊숙하지 않았다. 키움 투수 요키시는 좌완이기 때문에 3루 주자를 등지고 있다. 그런데 리드 폭이 컸던 것도 아니고, 스킵 동작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발이 따른 타자에 스타트가 빨랐다면 모를까, 이대호의 걸음으로는 무리였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득점에 대한 간절함도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이와 같은 플레이의 연속은 롯데가 올 시즌 부진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실책이나 주루 플레이는 실수할 수 있다. 롯데는 전날 울산에서 LG와 혈투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이날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궂은 날씨에 교통 체증도 심했다. 이날 5시가 넘어서야 고척돔에 도착했다. 시기적으로도 체력이 상당히 떨어진 시점이다. 집중력 부재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동료애는 얘기가 다르다. 선발 투수 장시환은 5회말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선두타자 장영석을 3루수 라인드라이브, 박정음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시환은 2사 후 서건창을 상대했다. 이때 서건창의 타구가 장시환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장시환은 본능적으로 글러브를 내밀어 타구를 그대로 잡았다. 정확하게 머리 방면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관중석에서도 탄성이 나왔다. 장시환은 이 타구를 잡은 후 마운드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런데 그 누구 한 명이라도 장시환에게 달려가 일으켜주는 선수가 없었다. 모두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부상은 아니었지만, 동료가 마운드 흙밭에 굴렀다면 누군가는 달려가 흙을 털어주거나 어깨를 두드려 줬어야 한다. 이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료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 그 어느 선수도 장시환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동료애는 힘들고 극한 상황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날 롯데는 어설픈 수비와 안일한 주루플레이로 자멸했다. 어려운 경기를 할 때일수록 동료를 챙기고, 서로 어깨를 다독여야 한다. 작은 배려 하나가 조직력을 만들고, 그 조직력이 팀을 세운다. 이날만큼은 롯데의 야구는 팀 스포츠가 아니었다.

 

이날 장시환은 쓰러진 이후 스스로 일어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전에 유일하게 글러브로 터치하며 다독여준 선수가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윌슨이었다. 롯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고척 김두홍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