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보좌관’ 도은비 “‘은비야’ 불러준 김갑수 선배님, 큰 감동이었죠”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JTBC 드라마 ‘보좌관’과 극 중 캐릭터 ‘노다정’은 대중에게 ‘배우 도은비’의 이름 세 글자를 알릴 수 있는 첫 작품이자 첫 캐릭터가 됐다. 

 

최근 ‘보좌관’ 종영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와 만난 도은비는 “생애 첫 인터뷰다. 믿기지 않는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그냥 ‘도은비’였는데, 지금은 ‘보좌관의 다정이’가 됐다”고 했다. 

 

그만큼 걱정도 많았다. “시작하기 전엔 내가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혼나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다. 처음이니까 혼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다음에 안 하면 되니까 괜찮았다. 그러나 폐를 끼치면 어쩌나, 밉보이지 말자 생각을 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나니 너무 빨리 끝났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은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권력의 정점을 향한 슈퍼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렸다. ‘보좌관’은 일찌감치 시즌2를 예고하며 ‘시즌제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시즌1에서는 비교적 짧은 10화를 방영했고, 올 하반기 시즌2를 방송을 시작한다. 여러모로 파격적인 드라마였다. 극 중 도은비는 맡은 업무를 노련하게 처리하며 칼퇴근하는 행정비서 노다정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시즌2를 통해 또 한 번 시청자를 만난다. 

 

첫 작품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만나게 된 도은비는 “시즌제로 방영되는 외국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게 내 첫 작품일 줄은 몰랐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자신을 ‘넷플릭스 유저’라고 밝히며 “내가 시즌제 드라마에 들어가다니. 정말 신기했고, 주변 친구들도 신기해했다”고 했다. 친구들도 재차 질문을 던졌다. 당시엔 ‘시즌2에도 나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지만 이제 답할 수 있게 됐다. 

 

극 중 노다정은 송희섭(김갑수) 의원실 9급 행정비서였다. 이름은 ‘다정’이지만 결코 ‘다정’하지 않은, 의원실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 전문가다. 그렇다면 도은비는 ‘노다정’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다정이는 9급 행정 비서다. 주로 행정 업무를 하면서 돈 관리, 영수증 정리, 의원님의 스케줄 관리를 도맡아서 한다. 그중에서도 영수증 붙이는 업무가 많다. 처음엔 ‘영수증을 붙이는 것’이 뭔 줄을 몰랐다. 예체능을 전공한 나에겐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일이었다. 부모님, 친구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러다가 진짜 풀로 ‘붙이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는 그는 “이면지에 날짜별로 영수증을 붙이고, 그 밑에 펜으로 사용처를 메모해봤다. 혹시나 그런 장면이 나올까 싶어 영수증도 한동안 모아서 연습해봤다. 다정이는 8년 정도 그 일을 했다. 보지 않고도 착착 붙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이쯤 되면 시즌2의 노다정은 어떤 모습의 캐릭터가 될 지 궁금해진다. ‘칼퇴’하던 노다정의 서사도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러자 도은비는 “아직 대본이 안 나와서 잘 모르겠다. 다정이의 서사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할 일만 하고 ‘먼저 가보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나가는 다정이를 보면서 왜 그럴까 생각도 해봤다. 다정이는 행정비서다. 극 중의 혜원(이엘리야), 종욱(전승빈)과 하는 일이 다르다. 그래서 적정선까지만 일하고 퇴근하는 모습으로 차별화를 두려 하신 것 같다”고 이유를 찾았다. 

 

그는 “의원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신을 함께했다. 김갑수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정이’라고 부르시면서 함께 리허설을 맞춰 주셨다. 그래서 많이 배우면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선배들의 배려도 많이 받았고 스스로 노력도 많이 했다. 노력이 통했는지 선배들은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시즌2 때도 더 잘하라’는 격려를 보냈다.

 

“촬영장이 정말 ‘나이스’했다”는 그는 그 중에서도 곽정환 감독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일단 감독님이 굉장히 밝고 좋으셨다. 나는 이 작품이 처음이어서 기준을 몰랐는데, 주변 분들의 말씀으로는 감독님에 따라 촬영장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하시더라. 촬영 때는 진중하고,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정말 ‘해피’했다. 리듬감 있게 이끌어주시는 게 감독님의 능력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선배님들과의 관계도 좋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 하나, 대선배 김갑수의 배려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의미로 다가왔다. 도은비는 “촬영이 끝나고 뒤풀이를 했는데, 김갑수 선생님이 본명을 물으시더라. ‘도은비’라고 답했더니, 내내 본명을 불러주셨다”고 했다. “나 같은 신인에게 김갑수 선생님이 ‘은비야’하고 불러주신다는 게 정말 감동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서는 당시 느꼈던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즌2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짐하게 된 이유다. 

 

찰떡같은 ‘노다정’ 캐릭터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오디션 일화를 묻자 도은비는 “나의 첫 소속사였고, 첫 작품, 첫 오디션이었다. 그리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운’이 아니라 ‘운명’이었다. 도은비는 오디션에서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이지은) 대사를 했다. 극 중에서 영수증을 붙이는 딱, 그 역할이었다.

 

“사실 그 연기는 소속사 오디션을 위해 준비했던 연기였다”고 고백한 그는 “감독님이 그 배역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물으시곤, ‘뭐야 너?!’라고 하셨다. 오디션 정보도 급하게 들어서 준비도 많이 하지 못했다. 독백을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준비해서 망칠 바에는 전에 준비했던 걸 하자는 생각이었다. 다만 다정이가 지안이의 대사를 치는 것처럼, 더 다정이스럽게 연기했다. 그걸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 그 자리에서 합격 통보를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합류하게 된 자신의 첫 작품 ‘보좌관’. 그는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럽진 못했다”고 했다. “아쉽다고 해야할까. 저 장면에서는 표정을 이렇게 해볼 걸, 대사를 이렇게 쳐볼 걸 스스로 조금 아쉬웠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을 함께 시청한 부모님과 지인들에게는 예상 밖의 호평을 얻었다. 일부러 기대치를 많이 낮춰놓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연기를 못할 수도 있고, 비중도 얼마 없을 거라고. 그랬더니 반대로 ‘꽤 잘한다,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한 친구가 데뷔 기념으로 출연 분량을 캡쳐해서 파일로 선물해 주기로 했는데 ‘이렇게 많이 나올 줄 알았으면 (파일) 두 권을 살 걸 그랬다’고 하더라”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웃음)”

 

“고등학생 때 꿈을 정하고 나아가고 싶었는데, 계속 힘들고 우울했다. 그때 엄마가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가자고 하셨다. 그렇게 보게 된 연극이 ‘옥탑방 고양이’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무대에 올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적이고 멋있어 보였다. 내 미래에 대해 갈팡질팡할 때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 커튼콜에서 여자 주인공이 우는데, 행복한 울음처럼 보였다. 배우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연극이 끝나고 나서 감상평을 묻는 엄마의 질문에 대뜸 ‘엄마, 나 연기할 거야’라고 말했는데, 엄마가 ‘그래, 알았어’라고 하시더라. 엄마는 내 시도를 언제나 존중해주셨다. 생각해보면 그때 어머니의 말씀이 정말 힘이 됐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연기 학원을 등록하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배우로 첫발을 내딛기까지 도은비는 참 열심히 살았다. 2015 미스코리아에 출전해 경북 선에 올랐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라고 사람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그때도 지금도 다 ‘도은비’였다”고 했다. 큰 신장 덕에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에게 ‘연기’는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연기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의 입시를 가르치면서 연기를 향한 갈증을 더욱 느끼게 됐다. “다시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이 지금의 소속사로, 그리고 ‘보좌관’으로 그를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도은비는 ‘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밝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여자 대학생이랄까. 주인공 친구여도 좋다”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비춘 그는 갓 시작한 배우답게 폭넓고 화창한 미래를 그렸다. “‘보좌관’을 하기 전에는 ‘나의 아저씨’ 이지안 같은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었는데, 경험도 많이 쌓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지금은 역할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웃음) 다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내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정이가 시니컬하고 시크한 캐릭터니까,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만일 다음 작품이 밝다면 어두운 역할도 해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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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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