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광주 전영민 기자] "땀 흘리면서까지 알려주시더라고요."
약 15년 전 초등학생 이우성은 야구선수 이범호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이범호가 재능 기부를 위해 찾아와서다. TV로만 보던 프로야구 선수가 먼저 다가와 살갑게 야구를 가르치자 이우성은 꿈을 가졌다.
시간이 흘러 2013년에서야 이우성은 꿈을 이뤘다. 2013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에 입단한 뒤는 흙길만 걸었다. 2016시즌 두 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였고 이듬해에도 두 차례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해 빛을 보기 시작했는데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중장거리가 가능한 타자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NC로 향했는데 기회를 잡지 못했다. 부담감에 사로잡혀서다.
지난 6일 다시 한 번 팀을 옮겼다. 1년 만에 두 번씩이나 거처를 이동했다. 이번엔 KIA였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를 갈았다. 공교롭게도 KIA 선수단엔 수년 전 자신에게 야구를 가르쳤던 이범호가 있었다. 이범호를 만나자마자 초등학생 시절의 일화를 설명했고 이범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트레이드를 계기로 멘토와 멘티가 다시 얼굴을 마주했다.
이범호가 은퇴를 공언한 터라 같이 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대신 이우성은 남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경쟁이 치열한 KBO리그에서 살아남은 노하우, 그리고 타격과 수비 등 프로야구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든 능력에 관한 조언을 이범호에 구했다. 이범호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구체적으로 답변을 해줬다.
KIA가 마련한 성대한 은퇴식을 지켜본 이우성은 많은 감정을 느꼈다. 이범호와 함께 한 시간은 단 일주일. 구단이 이범호를 얼마나 존중하고 아꼈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이범호에게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다. “KIA에 합류하고 나서 (이)범호 선배에게 정말 많이 물었다”고 운을 뗀 이우성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알려주시더라. 그렇게까지 알려주려고 하는 선배가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범호의 조언을 가슴 속에 새겼다. 더욱이 ‘실패’를 맛봤던 자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의 한 마디를 계속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이우성은 “NC로 처음 갔을 때에도 페이스가 좋았는데 수비 에러를 한 뒤로 자신감이 떨어졌다. 수비 중요성을 알게 된 첫 계기였다”며 “범호 선배가 ‘WBC를 다녀오고부터 여유 생겼다’라고 하더라. 이젠 어떤 의미인 지 알 것 같다. 내가 해야 할 건 기회를 잡는 게 아니라 여유를 찾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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