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비하인드] 숨 쉴 틈 없던 일주일…이명기가 ‘자취’를 결심한 사연

[스포츠월드=사직 전영민 기자] “당분간은 기러기 아빠에요.”

 

이명기(32·NC)는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지난 6일 오전 11시에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아 조계현 KIA 단장과 박흥식 감독 대행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바로 창원으로 이동해 선발 출전했다. 오후 5시에 도착해 NC 선수단과 가벼운 인사만 하고 바로 유니폼을 챙겨 입었다. 첫 날부터 연장 12회까지 ‘야근’을 하는 바람에 몸은 녹초가 됐다. 긴장이 풀리자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

 

휴일은 경기가 없는 월요일 하루였다. 화요일부터는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위해 부산으로 이동해야 했다. 창원에 거처를 알아보기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결국 새로운 집을 구할 때까지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여벌옷과 필요한 물품 등은 광주에 머물고 있던 가족들이 챙겨왔다.

 

당장 생활에는 문제가 없다. 최소한의 준비는 마쳤다. 그런데 맘속의 허전함을 채울 수 없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해서다. 이명기는 소문난 ‘아들바보’다.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물론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도 가족사진으로 가득하다. KIA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글에도 아들과 찍은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트레이드 사실을 처음 전달 받은 순간에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지’였다.

 

가족들과 상의한 결과 ‘기러기 아빠’가 되기로 결정했다. 광주에 적응을 마친 가족들이 또다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게 내키지 않아서다. 통째로 옮기느니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이 광주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무도 없더라”라며 “당분간은 기러기 아빠로 지내야 한다”고 털어놨다.

 

가족과의 생이별(?)은 이명기에게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떨어져 지내는 만큼 가족들이 전화 통화나 TV 생중계로 자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경기에 출전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그라운드에서 멋진 플레이나 좋은 기록을 남길수록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NC가 나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건 출루나 주루 등 내게 원하는 바가 있다. 내가 해내야 하는 부분이 명확하다”며 “내가 경기에 나가서 그런 부분을 문제없이 소화한다면 가족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과 구단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