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강단과 고집 사이...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할 벤투호

[스포츠월드=부산 김진엽 기자] “얻고자 하는 부분을 위해서...”

 

파울로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또 한 번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였고, 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강단과 고집 사이에 있는 벤투 감독이다.

 

벤투호는 지난 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호주를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벤투 감독은 한국 부임 15경기 만에 10승 고지(4무 1패)를 밟았다. 최근 연승 횟수는 3으로 늘었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무패 행진도 이었다. 15년 만에 열린 부산 A매치는 5만 2213명이 찾아 국내 A매치 7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축구 흥행까지 잡았다. 표면적인 결과 및 기록만 놓고 보면 이번 호주전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내막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먼저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의 혹사 논란이다. 벤투 감독은 최정예로 손발을 맞추고 싶어 한 결정이라고 밝혔고, 당사자인 손흥민 역시 오랫동안 뛰겠다며 논란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이후 쉴 틈 없이 달리는 손흥민의 체력적 부담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휴식은 필수다. 그런데도 그는 실험적 성격의 친선전에 풀타임을 뛰었다. 이에 벤투 감독은 “팀을 위해서도 긍정적이었다. 얻고자 하는 부분을 위해서 출전시켰다”며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백스리라는 플랜B 운용에 대한 의구심이 따른다. 벤투 감독은 “백스리를 확인하기 최적의 시기였다”고 답했다. 월드컵 토너먼트행을 노리는 만큼 다양한 전술 구축은 필수지만, 벤투호는 아직 플랜A조차 확실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파트너 찾기는 아직 풀지 못한 과제며, 기성용의 대체자 또한 시험이 한창이다.

 

그래서 이날 경기에는 4-2-3-1 혹은 4-1-3-2 등의 기존 전술이 점쳐졌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백스리가 튀어나왔다.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했는데 달리기를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주라는 좋은 스파링 상대와 플랜A가 아닌 갑작스러운 플랜B 테스트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결승골마저 교체 투입된 황의조와 홍철의 발끝에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선발 베스트 일레븐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교체카드 활용 역시 잡음이 많다. 이번 호주전은 교체카드를 최대 6장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 호주는 준주전급들을 데리고 한국 원정에 올라, 오는 9월에 있을 2022 FIFA 카타르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쓸 수 있는 자원들을 검증했다. 가용 교체 카드를 전부 쓰며 최대한 많은 선수의 역량을 실전을 통해 확인했다.

 

그에 반해 벤투 감독은 단 3장밖에 쓰지 않았다. 혹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실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오는 11일 이란전도 남아있기에 적어도 호주전에서는 그동안 뛰지 못했던, 이번에 새로 발탁된 자원들에게 기회를 줄 법도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최정예만 기용했다.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기엔 풀이 너무 좁다.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 등을 고려해 적절한 로테이션도 필요하다. 벤투 감독의 철학이 고집을 넘어 아집으로 불리는 이유다.

 

평가의 갈림길에 선 벤투다.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할 때다. 아시아 맹호라는 호칭에 걸맞은 경기력과 결과로 아시아 지역 예선을 잘 치르고, 월드컵 본선서도 호성적으로 16강까지 이뤄낸다면 벤투 감독은 강단 있는 명장으로 추앙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역대급 에이스 손흥민 등을 데리고도 업적을 못 남긴 고집불통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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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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