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B다이어리] ‘권혁 부메랑’ 한화, 손실이 아니라 ‘기회비용’이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권혁(두산) 부메랑이 한화로 돌아왔다. 아쉬운 결과지만, 이미 예상했던 사안이다. 즉시 전력감의 손실은 좌완 투수의 성장을 위한 ‘기회비용’으로 봐야 한다.

 

프로야구 한화는 지난봄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좌완 불펜 투수 권혁이 방출을 요구했다. 부상이 잦았던 만큼,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판단에 경쟁이 치열한 1군 스프링캠프보다는 2군에서 편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라는 의도였다. 그러나 권혁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출을 요구했다.

 

한화는 권혁을 아무 조건 없이 자유의 몸으로 풀어줬다. 여전히 1군에서 경쟁력이 투수인 것을 분명했고, 언젠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선수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권혁은 5월에서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예상대로 좌완 불펜으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1군 콜업 후 지난 26일까지 12경기에 등판 9이닝 동안 1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 중이다. 상대 좌타자를 틀어막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화 입장에서는 권혁의 빈자리가 아쉽다. 올 시즌 믿음직한 좌완 불펜이 없다.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6회 등판한 2년 좌완 박주홍은 1이닝을 채우지도 못하고 볼넷 2개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고, 8회 마운드에 오른 좌완 김경태도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현재 한화는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고 불펜진을 이끌어줄 좌완 리더가 없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선택의 결과를 비난할 순 없다. 이는 기회비용이다. 체질 개선과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한화는 좌완 투수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1군 경험이 필요하다. 2군과 1군의 차이는 크다. 박주홍의 경우 올 시즌 퓨처스리그 1승1패, 평균자책점 1.42이다. 그러나 1군에서는 8점대로 급증한다. 김경태 역시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79이다. 26일 1군 콜업 전까지 퓨처스리그 4경기 1실점으로 활약한 임준섭이 1군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한다.

 

한화는 좌완 미래의 1군 경험을 위해 투자를 한 것이다.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투자 없이 이익도 없다. 인내하며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당장은 힘든 길을 걸을지언정 선택을 믿고 따라가야 한다. 한화의 좌완 투수도 구단의 선택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김경태와 박주홍이 오늘의 경험을 발판 삼아 내일의 권혁이 되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투자의 결실이다.

 

권혁 역시 자신의 선택에 따라 두산에 둥지를 틀었고, 두산에 필요한 투수로 제 역할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미래를 결정한 선택의 성과물이다.

 

팀의 방향성과 선수의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순 있다. 그러나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선택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이를 두고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그저 비난을 위한 먹잇감 아닐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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