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당신 ‘선발승’…2019 투수 불운의 아이콘은

[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가깝고도 먼 당신. 그대 이름은 ‘선발승.’

 

프로야구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선발투수다. 가능한 긴 이닝 동안 실점을 최소화해 승리의 밑거름을 다져야 한다. 동료들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타자들이 결정적 한 방과 안정적 수비로 뒷받침해야 가능하다. 구원투수들도 추가 실점 없이 점수를 지켜줘야 한다. 결국 모두의 활약이 한데 어우러져야 ‘선발승’이란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런데 유난히 승리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투수들이 있다. 딱 한 걸음, 상대보다 한 발만 앞서면 되는데 이들이 등판하면 톱니바퀴가 어긋난다. 2019시즌 불운의 아이콘이다.

 

대표 주자는 LG의 타일러 윌슨(30)이다. ‘윌크라이’는 유명한 고유명사가 됐다. 윌슨의 ‘윌’과 운다는 뜻의 영단어 ‘크라이(cry)’가 합쳐진 것이다. 윌슨은 KBO리그 전체에서 손꼽는 투수다. 지난 시즌 26경기 170이닝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전체 2위(3.07), 퀄리티스타트 2위(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20회)를 자랑했다. 그러나 승수 앞에선 작아졌다. 타선의 미미한 득점 지원과 불펜의 방화로 공동 18위(9승4패)까지 미끄러졌다. 윌크라이의 탄생 배경이다.

 

올 시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윌슨은 22일까지 11경기 73⅔이닝에 등판했다. 퀄리티스타트 공동 1위(10회), 평균자책점 2위(1.83), 이닝당 출루 허용률 WHIP 3위(1.00)로 맹활약했다. 지난 3일 두산전에서 4이닝 6실점으로 유일한 오점을 남긴 것 외에는 전 경기에서 나무랄 데 없는 투구를 보여줬다. 4월까지 평균자책점 0.57로 리그 4월 MVP, 월간 투수상도 동시에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의 승수는 단 4승(3패)이다. 5월 들어 4경기 중 3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3패 ‘무승’에 그쳤다. 그에게 돌아온 건 빈타와 실책뿐이었다.

 

윌슨의 팀 동료 케이시 켈리(30)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11경기 중 10경기서 퀄리티스타트에 성공(공동 1위)하며 평균자책점 2.08(5위)을 올렸으나 5승4패로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정말 울고 싶을지도 모를 윌슨과 켈리다.

 

NC 드류 루친스키(31)도 아쉬움을 곱씹는다. 올해 한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3월 두 경기서 평균자책점 9.00으로 난조를 보이다 4월부터 적응을 마쳤다. 4월 평균자책점 0.96, 5월 1.29를 만들었다. 10경기 63이닝서 평균자책점 2.00(3위)을 선보였다. 피안타율(0.179)과 WHIP(0.87)는 리그 투수 중 가장 낮았다. 퀄리티스타트도 8차례나 달성해 5위에 올랐다. 그러나 루친스키도 4승2패로 승수를 쌓는 속도가 더디다. 지난 8일 삼성전에서 9이닝 2실점으로 완투하고도 타선의 도움이 없어 0-2로 패한 게 대표적 예다.

 

SK 박종훈(28)도 승운이 비교적 덜 따랐다. 팀 내 4선발인 그는 평균자책점 3.38로 공동 10위에 올랐다. 9위인 팀 동료 김광현(3.25)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승수는 달랐다. 김광현이 11경기서 7승(1패)을 챙긴 반면 박종훈은 10경기서 1승(2패)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2경기서 흔들린 박종훈. 12일 KIA전에는 3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18일 두산전에서는 상대 김재환을 맞힌 볼이 헤드샷으로 판정돼 퇴장당했다. ⅔이닝 2실점으로 물러났다. 절치부심해 시즌 2승째를 노리려는 박종훈이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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