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 1 번지… 파주관광 '북적'

독개다리, 6·25 전쟁 흔적 고스란히 / 복원된 옛 객차엔 세계인 염원 담은 / 손가락 하트 미디어아트 전시 중 / 스카이워크·도라전망대도 가볼만

[파주=정희원 기자] 분단의 상징이었던 ‘임진각 독개다리’에 남북을 잇는 ‘평화의 미디어 가상철로’가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펼친 ‘러브포DMZ’(#LoveforDMZ) 캠페인의 마지막 여정이다. 캠페인은 국내 DMZ(비무장지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열렸다.

독개다리는 과거 남북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으나,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됐다. 아직도 총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캠페인 이후 끊어진 철로 위에는 옛 객차가 복원돼 세워졌고, 내부는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염원을 담은 미디어아트로 훈훈히 채워져 있다. 총 190개국에서 5만7889명이 한반도 평화의 염원을 담아 SNS를 통해 손가락 하트와 소망을 담아 보내왔다.

‘러브포DMZ’의 감동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찾으면 된다. 자동차로 갈 경우 내비게이션에 ‘임진각 주차장’을 찍고 달리자. 도착해서 독개다리로 향하는 길에는 소원을 비는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매달아놓은 철조망을 지난다. 5분 정도 걷다 보면 오래된 열차가 나온다. 전쟁 중에 총탄을 맞고 비무장지대인 장단역에 오래 버려져 있던 경의선 열차를 가져온 것이다.

열차를 지나 쭉 따라가면 복원된 옛 열차가 나타난다. 자리에 앉아서 잠시 쉬어가도 좋고, 내부의 키오스크를 이용해 가상 티켓을 끊는 것도 재밌다. 이를 지나면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아찔할 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유리로 만든 바닥 아래를 보면 전쟁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멀리 북한 땅을 내다볼 수도 있다. 스카이워크 옆으로 지나가는 기차가 아련하게 느껴진다. 독개다리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이왕 임진각에 왔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산책도 즐겨보자. 형형색색의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어우러진 ‘바람의 언덕’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한반도를 오가는 자유로운 바람의 노래를 표현한 작품이다. 너른 들녘에서 바람개비와 함께 ‘인생샷’을 남겨보자.

인상적인 기념품 아이쇼핑도 잊지 말자.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이 한 가득이다.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한다. 비무장지대 DMZ가 쓰여진 후드티셔츠 등 의류, 북한 술, 38선 철조망을 자른 조각, 기념 자석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왕 파주를 찾았다면 ‘연계 평화여행 코스’를 함께 둘러볼 것도 추천한다.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한다면 민간인 통제구역(이하 민통선) 내 유일한 미군 반환기지인 ‘캠프 그리브스’와 ‘도라전망대’를 찾아보자. 단 두 곳 모두 민통선 너머 DMZ까지 들어가야 하는 만큼 통일대교에서 신원확인을 거쳐야만 방문할 수 있다. 신분증은 필수다. 차량을 가져온 사람은 탑승자와 차량정보를 기재하고 입장료 3000원을 지불하면 출입증을 준다.

캠프 그리브스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한국전쟁 이후 50여년간 미군이 주둔하던 국내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이다. 지금도 미2사단 506연대가 머물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현재는 민간인을 위한 평화안보 체험시설로 리모델링해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유일한 체험형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의 막사와 건물들은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스케치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니 미군들이 훈련을 받으며 외치던 구호들이 들려온다. 미술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을 설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명범의 ‘플레이그라운드’ 연작이다. 전쟁무기를 보관하던 탄약고 한 곳에 커다란 사슴이 세워져 있다. 거대한 뿔이 천장까지 이어진 사슴은 웅장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사슴의 비폭력적인 상징성에 주목해 이 작품을 들여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그리브스에는 과거 내무반을 재현한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에다, 신체훈련까지 받을 수 있어 수련회 코스로도 인기다. 이날 함께 숙소를 둘러본 남성들은 “군대시절’이 떠오른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학생들은 인근에서 군 복무중인 배우 김수현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을지 설레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이 이뤄져 해외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국내 최북단 도라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자. 도라전망대는 지난해 기존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11m 더 가까운 곳에 새로 문을 열었다. 전망대에는 국내 관광객보다 서양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 이들은 ‘북한과 군사분계선 기준 직선거리로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 매우 신기해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내다본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따라 쭉 이어진 땅덩어리들을 훑어보지만 아스라해 어디가 남한이고 북한인지 와 닿지 않는다.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 다시 찾아와야 ‘제대로 보이겠구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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