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폭염취소 향한 현장의 엇갈린 시선, 취소-연기는 사실상 불가능?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누구나 무더위가 괴롭지만, 경기 취소는 다른 문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지난달 31일 KBO에 지난 1일 KBO리그 경기 개최를 취소해줄 것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실제로 지난 1일 서울의 일간 최고 기온은 섭씨 39도에 달했다. 이에 KBO는 “예매와 중계가 예정된 상태에선 경기 취소 혹은 연기가 어렵다”고 설명하며, 1일 경기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기록적인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각에서는 선수협의 움직임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 저녁 시간대에 열리는 경기의 취소를 요청했던 탓에 오히려 생떼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현장의 생각은 어떨까. 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1일 잠실에서 경기를 치렀던 모 선수는 경기를 마친 뒤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혔다. 이런 더위는 정말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일 잠실구장의 오후 6시 기온은 36도에 달해 낮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분명 무더위로 인한 고충은 상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감독과 선수들은 경기 취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모 감독은 “폭염과 관련한 경기 취소 규정이 존재는 하지 않는가. 정말 살인적인 더위라면 취소를 하는 것도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다. 적어도 류중일 LG 감독은 폭염 취소에 부정적이다. 류 감독은 “폭염의 기준이 모호해서, 취소 결정이 잦아질 수 있다. 지역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은 취소하고 대구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한다는 것은 어딘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차라리 가장 무더운 시기로 추정되는 한 주를 지정해, 리그 휴식기를 부여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다.

 

취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경기 시간 연기를 고려할 수는 없을까.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취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선수협도 이해하지만, 경기 시간 연기는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K리그는 4,5일 경기 킥오프 시점을 대략 1시간 정도 늦춘 오후 8시로 연기한 바 있다.

 

선수협의 생각과는 달리 현장에선 ‘무용론’을 주장한다. 수도권 팀의 한 선수는 “여름에는 일몰 시간이 늦어 3회까진 괴롭다. 경기 시간을 늦춰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경기 제한시간이 없는 종목의 특성을 들어 “퇴근 시간이 그만큼 늦춰진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다행스럽게 여겨질 정도다”라던 한 선수의 농담처럼 현실적인 문제들이 겹치면서 현재로썬 폭염은 휴식기 이전까지 버티는 것 이외엔 묘수가 없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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