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팀 토크’, ‘풋볼 인사이더’ 등 영국 복수 언론은 28일(한국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EPL 리버풀, 토트넘, 아스널 등 빅 클럽이 한국의 젊은 수비수 김민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189㎝ ‘자이언트’ 수비수인 김민재는 지난 시즌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받았고,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 수비수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복수 구단의 영입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토트넘은 손흥민 덕분에 영입전에서 한 걸음 앞서 있다”고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김민재의 EPL 무대 진출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김민재의 소속팀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의 수비수로 파워와 스피드가 모두 좋다. 여기에 빌드업 능력이나 공을 끊어가는 능력도 좋다”면서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빅리그로 바로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프로 2년 차인 김민재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핵심 수비수로 꼽힌다. 프로무대를 밟은 지 2년 만에 한국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한 셈이다.
다만 당장 EPL 진출이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바로 EPL의 비유럽 선수 워크퍼밋(취업허가증) 때문이다. EPL은 지난 2015년 워크퍼밋 발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2가지 기준을 정했다. 첫 번째 해당 선수 자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0위 안쪽에 있어야 한다. 4월 기준 한국의 FIFA랭킹은 61위이다.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최근 2년간 A매치 출전 비율이다. EPL은 해당 선수가 FIFA랭킹 10위권 내 국가 소속이면 A매치 30%, 11~20위는 45%, 21~30위는 60%, 31~50위는 75% 출전 비율을 찍어야 한다. 김민재는 해당 규정의 범주에 속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설령 한국이 50위권으로 진입한다 해도 대표팀 데뷔가 지난해 8월이기 때문에 비율을 맞추기 힘들다. 김민재는 최근 2년간 한국이 치른 A매치 24경기 가운데 7경기에 출전해 비율 28.9%를 기록 중이다.
예외 규정도 있으나, 사실상 이뤄지기 힘들다. EPL은 워크퍼밋 발급 기준 2가지 사안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이적료 1000만 파운드(약 148억원)의 대형 계약이 이뤄지면, 워크퍼밋을 발급한다. 손흥민이 토트넘 이적시 2600만 파운드(약 391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기성용의 경우 스완지시티 이적시 600만 파운드를 기록했으나, 이는 워크퍼밋 기준을 강화한 2015년 이전이었다. 만약 김민재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전북에 1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지급하며 곧바로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 무대에서 아직 검증받지 못한 대상에 거액을 지급할 구단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이적 시장 전문 사이트인 ‘트렌스퍼마켓’에 따르면 김민재의 현재 몸값(이적료)은 108만 파운드(약 16억원)로 평가했다.
즉, 김민재의 EPL 진출은 올해 안에 이뤄지기가 힘들다. 다만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그만큼 이적 확률과 이적 이후 연착륙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선 6월 러시아월드컵과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이후 병역까지 해결한다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국제대회 활약 여부에 따라 이적료 1000만 파운드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한다. 눈앞에 크고 달콤한 열매에 취해 무작정 유럽에 도전한다면, 이후 출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최강희 감독 역시 "수비수는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김민재가 도전적으로 나서다 페널티킥을 주기도 했다"며 "많이 나아지고 있다. 지금대로 꾸준히 경험을 쌓고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섣불리 유럽 무대로 향해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다가 유럽을 거쳐 중동이나 중국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전처를 밟아선 안된다. 성장이 빠른 김민재에게 독이 될 수 있고, 그만큼 한국 축구에도 손해이다. 시간도 기회도 많다. 조금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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