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른’ 펠리페, 팀 연패 앞에서 자비따윈 없었다

[스포츠월드=수원 이혜진 기자] ‘날아오른’ 펠리페(30·한국전력), 그에게 자비란 없었다.

연패 중인 두 팀의 맞대결. 승리의 여신은 한국전력을 향해 웃었다. 한국전력은 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도드람 2017~2018시즌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3-1(19-25 25-21 25-16 25-2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전력은 2연패 늪에서 탈출, 시즌 15승(18패·승점 47점)째를 올렸다. 4위 KB손해보험(17승16패·승점 49점)과의 거리도 2점 차로 줄였다. 반면 우리카드(11승22패·승점37점)는 고개를 숙였다. 연패 숫자는 어느덧 ‘7’까지 늘어났다.

“시즌이 끝났다고 배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봄 배구는 이미 저만치 멀어졌지만,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다시금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사실 한국전력은 지쳤다. 시즌 초반부터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남아있는 선수들의 부담이 커졌다. 김철수 감독은 “지금 전반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정신력으로 버티자고 이야기했다”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되도록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봉장은 단연 펠리페 안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였다. 그야말로 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부었다.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4개를 포함해 총 36득점을 올렸다. 자신의 3번째 트리플크라운.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40점)에 근접한 맹활약이었다. 공격성공률 59.57%로 순도 또한 높았다. 특히 3세트는 펠리페의 원맨쇼나 다름없었다. 서브에이스로 시작해 백어택으로 끝냈다. 공격 득점 19득점 가운데 무려 12점을 혼자 책임졌다. 어떤 공이든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펠리페를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연습경기에서는 물론 그간 걸어온 커리어에서도 크게 돋보이는 부분이 없었다. 트라이아웃 순위도 29위로 후순위였다. 시즌 초반 기복 있는 모습으로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펠리페는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면 어김없이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경기 후 펠리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해 기쁘지만, 그보다는 팀 승리가 중요했다. 연패를 끊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었다.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알게 됐고, 존경하게 됐다” 이제 한국전력에게 남은 경기는 단 3경기. 한 시즌을 돌아보며 펠리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펠리페는 “나 역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정말로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회복할 시간이 없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선수들과 언제 다시 뛸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고, 함께 이겨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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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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