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번호 47번은 같지만, 유니폼은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자신의 입단식에서 강민호(33·삼성)는 “계약하고 이틀 동안은 삼성 선수가 된 게 맞나 싶을 만큼 실감이 안 났다. (장)원준이에게 전화했더니 입단식을 하면 어색함이 사라진다고 하더라. 실제로 와서 유니폼을 입어보니 진짜 삼성 선수가 된 것 같다”라며 활짝 웃었다.
삼성이 강민호 영입 성과에 큰 무게를 뒀다는 점은 행사 전반에 걸쳐 확인할 수 있었다. 구단 차원에서 공식 입단식을 진행한 건 2012년 이승엽의 국내 복귀 이후 5년 만이다. 외부 FA 수혈로 치른 입단식은 2004년 심정수, 박진만 이후 무려 13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날 구장 외벽에는 대형 현수막이 설치됐고, 입구에는 벌써 유니폼이 전시된 상태였다. 김동환 삼성 대표이사는 정장 차림의 강민호에게 유니폼을 직접 입혀준 뒤 깜짝 포옹까지 하며 환대를 몸소 실천했다.
2004년 데뷔 이래 계속 롯데의 유니폼을 입어온 강민호는 “롯데의 색깔이 강한 선수”라고 자신을 묘사했다. 이런 강민호의 마음을 움직인 한 마디는 처음 마주한 홍준학 삼성 단장의 “죄송하다”는 말이었다. 강민호는 “사실 많은 부분이 복잡했다. 그런 상태에서 단장님을 만났는데, 처음 나온 얘기가 ‘죄송하다’였다. 접촉 자체가 무례하다는 것도 알지만 데려가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라고 털어놨다.
지난 2년간 9위에 머무른 삼성은 리빌딩 버튼을 누른 팀이다. 그래서 강민호가 방망이보다는 포수 미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격 쪽 목표는 안 갖고 왔다”라던 강민호는 “선수단 회식에서 보니 젊은 친구들이 많더라. 팀도 내게 이 선수들을 잘 이끌기를 바라는 것 같다. 경기에서 순간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을 이야기해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KBO리그 3년 차로 올 시즌 새 마무리 보직을 받은 장필준에 대해서는 “세이브왕을 만들어주겠다”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이제 ‘삼민호’에게 ‘롯데의 강민호’는 추억이 됐다. 강민호는 “많은 사람에게 응원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롯데 팬들에게 받은 응원가는 가져오는 건 아닌 것 같다. 부산에 두겠다”라며 “좋은 동료들과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제는 대구에 왔다. 적응에는 자신 있다. 삼성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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