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최항, SK 후반기 반등 '열쇠'로 떴다

[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아우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형과 비교다. 특히 터울이 적은 상황에서 형이 어떤 분야에서 주위의 관심을 받는 경우는 더 그렇다.

하지만 SK 내야수 최항(23)에게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은 해당되지 않는다. 최항의 형은 지난해 리그 홈런왕인 최정이다. 최정은 2005년 SK에 입단한 뒤 10년 넘게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최항은 지난 6월말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1군 7경기에서 타율 0.289 2타점에 머물렀고, 수비에서도 아쉬움을 노출했다. 결국 최항은 7월9일 1군에서 빠졌다. 하지만 최항은 2군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었다. 퓨처스리그 75경기를 소화한 최항은 타율 0.353 9홈런 55타점, 장타율 0.529의 압도적인 타격 실력을 선보였다. 최항은 지난 12일 다시 1군에 합류했다.

그런데 돌아온 최항은 공교롭게도 최근 종아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형인 최정의 자리를 메우고 있다. 최항은 아직 수비에서는 부족함이 있지만, 그러나 타격에서는 형 못지 않은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다.

실제 최항은 1군 콜업 후 6경기에서 타율 0.565(23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 5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아직 타격 표본이 적지만, 최근 타격감은 팀 내 최고라는 게 정경배 타격 코치의 설명이다.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3안타 경기를 펼치더니, 19일 광주 KIA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포를 뿜어내는 등 4안타 경기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이런 최항을 두고 “마법지팡이를 휘두르는 것 같다”라며 껄껄 웃었다.

어느새 팀 내 핵심 내야수로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힐만 감독은 “최항의 타구 질이 크게 좋아졌다. 생산성 역시 높다. 수비 역시 안정적으로 해주고 있다”라면서 “최항은 2군에서 2루수로 많이 뛰었다. 최정이 3루수, 최항이 2루수로 내보낼 생각이 있다. 최정이 지명타자로 나갈 경우 3루수로 나간다. 이제 둘이 같이 경기에 나가는 경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항은 아직 얼떨떨한 눈치다. 그는 “전반기에는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타격 시 힘이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욕심을 버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남은 시즌 목표가 있다면 꾸준함이 강점이 되고 싶다”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 기여도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박한 목표를 전했다. 후반기 치열한 중위권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SK가 모처럼 등장한 대형 신인에 연일 함박웃음을 짓는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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