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지난 24일 좌완 정대현(26)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틀 전 고척 kt전에서 7회초 구원 등판해 투수 강습 타구에 손을 맞았던 터, 정황상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장정석 넥센 감독은 “공에 맞았던 건 타박에 그쳤다”라고 전한 뒤 진짜 의도를 밝혔다. “선발로 쓰기 위해 2군으로 보냈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정대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진욱 kt 감독이 가장 기대한 선발 자원이었다. ‘게으른 천재’라는 기존 평가와는 다르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절치부심하며 kt 코칭스태프들의 신임을 샀다. 외인 원투펀치에 이어 제일 먼저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시범경기부터 4월초까지 호투를 이어가며 올해는 정말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내는듯 했지만, 이후 5월까지 등판한 6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10.86까지 치솟았다. 결국 6월부터는 구원진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일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뒤에도 정대현의 보직은 불펜이었다. 반면 받아든 성적표에는 차이가 있었다. 3경기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롱릴리프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 감독이 “어느쪽이든 잘하면 좋겠지만 선발이 더 어울린다”라고 마음을 굳힌 계기였다.
현재 넥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좌완 선발 카드는 밴헤켄, 금민철, 김성민 정도다. 하지만 밴헤켄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를 고려해야 하고, 젊은 선발들은 아직 경기력이 불안정하다. 신재영, 한현희, 조상우 등 검증된 자원들은 부진 및 부상으로 선발진에서 제외됐다.
트레이드 직후 장 감독은 정대현에 대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고 선발로서 이닝 소화력도 뛰어나다”라는 평가를 내놨다. 2연승을 따냈던 지난 4월1일 SK전(6이닝 5피안타 무실점)과 8일 삼성전(5이닝 4피안타 무실점)은 이를 증명하는 경기다. 옛 스승인 김 감독은 직구 구속은 느리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수싸움을 펼치는 능력치를 높이 평가했던 바 있다.
다시 시작된 정대현 프로젝트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오히려 ‘직구’에 있다. 장 감독은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투수인데, 직구 때문에 변화구까지 흔들렸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올 것을 주문했다”라며 정대현의 2군행에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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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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