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말을 너무 못하더라고" 김태형 감독의 뼈있는 농담

[스포츠월드=잠실 이지은 기자] "말을 너무 못하더라고."

8일 삼성과의 홈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 정진호(29·두산)는 빼놓을 수 없는 이날의 화젯거리였다. 전날 역대 최소 이닝(5회)으로 KBO리그 통산 23호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을 써냈기 때문, 게다가 이 강렬한 활약이 약 한 달만에 다시 잡은 선발 출전 기회에서 나왔다는 건 더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칭찬만 받아도 모자랄 이 기록에 오히려 얼굴을 감싸쥐었다. 정진호의 웃지 못할(?) 인터뷰 실력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텔레비전에서 인터뷰 하는 걸 봤는데, 도저히 못 보겠어서 도중에 채널을 돌렸다. 오죽했으면 그걸 본 지인들한테까지 '인터뷰 교육은 안 시키는 거냐'라고 문자가 왔다. 말을 너무 못하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진호에게는 변명거리가 충분하다. 민병헌, 박건우, 김재환 등이 주전을 지키고 있는 두산 외야에서 교체로라도 출전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지난 2011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때는 2015시즌 77경기, 올시즌 역시 2군을 오가며 24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데뷔 7년차에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한 이유였다.

김 감독 역시 "경기에 자주 안 나가다가 갑자기 나가서 치는 게 쉽지 않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경기에 더 많이 나가며 인터뷰를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질 것이다"라는 취재진의 처방을 듣고는 이내 다른 처방을 내렸다. "그러려면 자기가 먼저 (박)건우를 제쳐야한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두산 외야는 백업 경쟁도 만만치 않다. 스위치 히팅이 가능한 국해성, 수비툴을 갖춘 조수행, 최근 방망이에서 큰 성장세를 보인 김인태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7일의 선전으로 정진호는 또 한 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 이상의 기회는 약속하지 않았다. 앞으로 말솜씨를 늘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정진호 스스로에게 달린 셈이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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