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정몽규 FIFA 위원의 첫 임무 'ACL 욱일기'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축구계 ‘욱일기(旭日旗) 논란’을 바라보며, 화가 나면서도 부러웠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했던 전범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안팎에서 정치적으로 인식되는 슬로건을 내보이는 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징계규약(Disciplinary Code)을 만들어 이를 금지하고 있다. 욱일기도 이에 속한다. 그런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서는 해마다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J리그)의 2017 ACL 조별리그 5차전에서도 한 일본 축구팬이 욱일기를 내걸어 현장에서 제재당했고, 이후 가와사키 구단은 AFC로부터 1경기 무관중 명령과 1만5000달러(약 1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라는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들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8일 AFC의 징계에 대해 “욱일기는 대어(풍어 기원), 출산, 명절 축하 등으로 의미로 일본 내에서 넓게 사용하고 있다”며 “스포츠 단체의 독립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지만, J리그, 일본축구협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대회 관계자의 대응을 주시하겠다”고 전했다.

화가 났다.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주장대로 욱일기가 일본의 문화라면 이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릴 이유는 없다. J리그 안에서 욱일기를 펼치든 던지든 삶아 먹든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 자각할 문제이다. 그러나 ACL 무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과 중국은 과거 일본과의 전쟁으로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욱일기는 상처이고 아픔이다. AFC 징계에 대해 겸허히 받아드리고 반성하는 모습이 보여도 모자란 마당에, 이와 같은 억지는 화를 부른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축구판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관장장관은 한국 정부로 치자면 청와대 비서실장에 속한다. 한국 땅에서 버젓이 전범기가 휘날리고 가운데 한국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일본 정부가 저토록 펄쩍 뛰는 사이 한국 정부는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묻고싶다. 대선 시기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해도, 욱일기 논란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변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9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FIFA 평의회 위원에 당선됐다. 국제 축구계 내에 발언권이 그만큼 강해졌다. 정 협회장의 첫 임무는 바로 ACL 욱일기 논란에 대한 정확하고 명확한 기준을 AFC와 FIFA 측에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무관심하다면 축구계 안에서 해결하는 방법뿐이며, 그 중심에는 정 협회장이 서야 한다.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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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FIFA 클럽월드컵 당시 관중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욱일기 /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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