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나쁜 커피] 23 ‘콜드브루의 오염’을 막을 수 있나?

커피애호가들에게 5~9월은 ‘콜드브루(Cold brew) 커피’ 경계령이 내려지는 시기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오염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콜드브루 커피에게 ‘더위’는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찬물을 부어 커피의 성분을 추출하는 방식 때문에 더운 여름철에 제격인 음료로 소문이 나 있다. 문제는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길어도 4분이면 추출해 마칠 수 있을 것을, 짧아야 3시간 길게는 24시간씩 장시간 공기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오염에 대한 위험성을 굳이 경고하지 않아도 최근 5~6년째 여름철이면 ‘더치커피(Dutch Coffee)’ 위생문제가 연례행사처럼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더치커피’라고 하면 비위생적이라는 말이 떠오를 지경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명칭에 씌인 오명 때문에 ‘콜드브루’라는 용어를 쓰는 기업이나 커피전문점이 늘어났지만, 콜드브루와 더치는 똑같은 것이다. 구루마(Kuruma)가 일본식 용어라서 리어카(Rear car)라고 부르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콜드브루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더치커피가 해결하지 못했던 비위생적인 문제를 마치 해결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고도의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필자가 몸담은 커피비평가협회(CCA)는 매달 시중에 판매되는 콜드브루 커피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공기오염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용기를 따고 난 뒤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오염 여부를 살피고 있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오염되는 위험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50~350ml 용량이 콜드브루 커피를 냉장고에서 하루에 3번 꺼내 사용하면서 5일간 관찰하는데, 뚜껑의 내부가 검게 변하면서 용액에 부유물이 생겼다가 덩어리가 지면서 침전물이 생기는 경우가 적잖게 관찰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인 실험디자인이 필요하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할 정도의 표본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운 날씨에는 콜드브루 커피가 추출 시 공기 중의 박테리아나 비위생적인 사용으로 인해 오염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콜드브루 커피는 세균수가 1ml당 100이하이어야 하고, 대장균은 검출돼선 안 된다. 세균 자체가 직접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세균이 100만 마리 이상 나오면 부패가 시작될 수 있고, 식중독균이 존재할 위험성이 있다. 세균은 사람의 체온과 비슷하고 물과 적당한 공기만 있으면 4시간 만에 1마리가 100만 마리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

대장균은 대부분 비병원성이지만 사람과 동물 장내에만 존재하는 세균으로서 분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따라서, 공기와 접촉하지 않은 상황에서 콜드브루 커피를 추출했다고 세균으로부터의 오염에서 안전할 수 있는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공기와 밀폐된 환경에서 콜드브루가 추출된다고 해도 사용하는 용기가 작업자의 손에 의해 오염되는 포인트를 간과해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제품을 구매해 마시는 측도 “더치커피는 수주간 냉장고에 보관해두면서 숙성해 마셔야 제 맛”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 더치커피도 추출된 뒤 되도록 빨리 마셔야 풍성한 향미를 즐길 수 있다. 더치커피를 숙성해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농축된 커피를 대량 생산해 단시간에 판매할 수 없던 장사꾼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2015년 경기도 대표로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커피애호가들이 한 두잔 분량의 더치커피를 단시간(?)에 내려 마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목을 끌었던 김현대씨가 이른바 ‘캡슐더치’인 ‘톡(TOC; Tears of Coffee)’을 만들어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사람의 인간승리인 동시에 더치커피의 오염 위험성을 줄인 상품, 특히 국산제품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커피비평가협회 협회장(Coffee Critics Assoc. President)

사진설명1=더치커피를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해도 날씨가 더워지면 자주 꺼내 마시는 과정에서 손과 공기에 의한 오염으로 세균들이 번식할 수 있다. 사진은 세균 덩어리가 검출된 한 시제품.

사진설명2=더치커피의 위험성을 줄인 캡슐 더치 ‘톡(TOC)’을 개발한 김현대 씨가 제품에 담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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