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공신은 단연 박보영이다. 박보영과 박형식이 등장하면 브라운관은 핑크빛으로 물들었고, 전지현도 김태희도 아닌 '그깟' 박보영에 여성 시청자들까지 마음을 빼앗겼다. 그야말로 박보영은 로코가 낳은 걸출한 인재였다. 박보영의 이런 '끼 부림'은 전작 <오 나의 귀신님>에서부터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강아지같은 눈망울로 음탕한 처녀귀신의 탈을 썼던 '나봉선' 역을 매끄럽게 소화하면서, 드라마 내내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힘쎈여자 도봉순>의 '도봉순'도 '나봉선'만큼 반전이 강한 역할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그녀지만, 헐크 못지않게 힘이 세고 정의로워 비밀스럽게 약자를 돕는다. 국내 최초 여성 히어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신선한 배역이었다. 이런 까다로운 캐릭터를 박보영이 또 해내고야 말았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히어로다운 강렬한 눈빛, 게다가 상대 배우 박형식과의 꽁냥거림까지. 왜 그녀가 로코 여신인 지 긴 설명은 필요 없었다.
인재 다운 그녀의 면모는 비단 '끼 부림'에만 그치지 않는다. 박보영은 도봉순에 이르기까지 많은 전작에서 같이 연기한 모든 상대 배우를 살렸다. 그녀는 <오 나의 귀신님>에서 조정석과 역대급 케미를 선보이며, 이전 드라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다. '애완 남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늑대 소년>에서도 박보영은 송중기에 연기 선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송중기는 그때만 해도 '유시진 대위' 같은 카리스마가 없던 신인 배우였다. 영화판에 먼저 발을 디딘 박보영은 그런 그를 잘 리드했고, 결국 송중기는 늑대 소년 이미지로 대박을 터뜨리며 대형 배우로 성장했다.
이번 상대역 또한 아이돌 출신에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였지만, 노련한 '갓보영'은 그마저도 잘 이끌며 로코 인재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렇게 종횡무진 활약한 박보영이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건 연기력과 스타성 뿐만이 아니다.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더 이상 '예쁜 얼굴' 만으로 브라운관을 가득 매우는 여배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
전지현과 이영애 같은 초미녀를 아무리 클로즈업해 보여준 들,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는 등을 돌린다. 신선한 캐릭터와 새로운 시도 만이 입 맛이 다양해진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힐 수 있다. 앞으로 '도봉순'과 같은 참신한 시도가 이어져 밥 먹듯 드라마를 보는 필자 같은 사람이 인생 작을 갱신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여하튼, 슈퍼파워 걸 박보영 님, 덕분에 8주 동안 즐거웠습니다.
정들마 / 밥처럼 드라마를 먹고 사는 'TV 덕후'다. 낮에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다. 그래서 약 20년째 주로 밤에 하는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 중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